[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1911년 세워진 인천항 제 1부두 앞 인천세관 옛 창고가 최근 복원에 들어갔다. 세관창고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한 때 속절없이 철거될 뻔 했던 개항장 인천의 상징이다.또한 창고는 20세기 초 인천항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유물이다.
창고는 인천 중구 항동 7가에 자리잡고 있다. 공사는 현 위치인 인중로 도로 변에서 창고를 도로 안쪽 40m 지점으로 옮겨 복원하는 작업이다. 창고 이전은 현 위치에서 수인선 국제여객터미널역 출입구 공사가 계획되면서 결정됐다. 인천시는 문화재 이전ㆍ복원 전문업체에게 맡겨 최대한 건축 당시 원형을 유지시키기로 했다.
작업은 치밀한 과정을 거친다. 동서남북 방향 4개 벽체를 사실상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지난 1일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동쪽 벽체 작업이 이뤄졌다. 공사업체는 남북 벽체와 맞닿은 부분을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벽 전체를 통째로 들어올려 새 자리로 옮겼다. 훼손상태가 심한 다른 3개 벽체는 당초 쓰였던 적벽돌을 일일이 해체한 뒤 이전 부지에서 회반죽을 써 다시 세워질 예정이다. 나무 들보로 지탱됐던 지붕은 벽체 이전에 앞서 지난 7월 미리 해체된 상태다. 인천시는 이르면 오는 11월까지 창고 이전ㆍ복원 공사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인천시는 이후 이 창고를 1883년 개항 후 20세기 초반까지 인천항 일대의 시대상을 알리는 항만 전시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천세관 창고는 인천항이 세계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던 1911년 인천세관의 부속건물로 지어졌다. 최초 건축 당시 인천항 제 1부두 앞 부지에는 인천세관 청사와 함께 창고 3동, '선거계'ㆍ'화물계' 사무동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수인선 국제여객터미널역 지하 출입구 공사로 창고 2동이 철거됐고 1959년 개축된 세관청사도 허물어졌다.
하지만 이 창고마저도 수인선 공사로 지난해 초 철거 위기에 빠지면서 인천에서 보존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초 창고 철거 과정을 방치했던 인천시는 뒤늦게 이전ㆍ복원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인천시 문화재 위원 중 한 인사가 국가기록원에서 마지막 창고의 설계도를 찾아내면서 본격적인 복원이 준비돼왔다.
노승환 기자 todif7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