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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1000만 시민 걱정하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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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1000만 시민 걱정하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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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서민'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화두다. 요즘은 무슨 얘길 하던 서민으로 시작해 서민으로 끝내면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관심이 높다.

언제부터 이렇게 서민들을 걱정하는 사회가 됐을까? 정답은 바로 작년부터다. 이유도 간단하다. 바로 올해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국 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너도 나도 '서민'을 외치다 보니, 마치 이 나라가 하루아침에 복지국가라도 된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바람 불 때 연 날려라' 라는 말이 있다. 평소 관심도 없다가 분위기를 타니까 슬그머니 나타나 기류에 편승해 보려는 모양새를 일컫는 말이다.


난데없이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판매품목 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동네 골목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말에 휴업 시키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후 서울시청이 복지와 서민정책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는 지지율로 평가받는 무대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점점 더 강한 무엇인가를 내놔야 한다.


문제는 책상 위에서 급조된 이런 정책들은 너무도 얇고 가벼워 펼쳐 놓는 즉시 문제꺼리가 우수수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주말 휴업 역시 그러했다.


최근 서울시는 난데없이 대형마트에서 소주, 막걸리, 종량제봉투, 아이스크림, 라면, 건전지, 콩나물, 두부를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얘기를 풀어 보자. 중소상권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서울 시민들은 두부와 콩나물을 사려면 동네 골목 어딘가에 있을 가게를 찾아 해매야 한다. 만삭의 임산부나 걷기 힘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리모컨에 들어가는 건전지 두 개를 사기 위해 동네 가게를 찾아가야 한다.


서울시 인구를 1000만 명이라고 놓고 보자. 이중 중소상인들은 몇 명이나 될까? 골목 상권이나 시장에서는 카드 사용이 어렵고 주차 시설도 없다.


그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탈세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고, 1000만명의 서울 시민들이 불편하고 위험해 지는 것 따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인 셈이다.


바람 불때 연 날리려는 계획은 좋은데, 고민이 부족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되려 지지를 보내왔던 서울 시민들의 발목과 손목을 피곤하게 만들 것이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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