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 경제의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HSBC 제조업구매지수(PMI)가 이달에도 47.8(잠정치)로 10개월 연속 50선을 넘지 못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다음달 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최종치도 50선에 이르지 못할 게 확실해지면서 중국 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PMI가 50을 넘을 경우 경기가 확장되고 50을 넘지 못할 경우 경기가 위축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만 해도 상당수 전문가는 7월 들어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책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7월 경기지표는 실망스러웠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대출 장려에도 7월 신규 대출은 5401억위안(약 96조4600억원)으로 6월 9198억위안보다 크게 줄었다. 수출도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중국의 7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둔화한 셈이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7월 제조업 수익률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5.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제조업 수익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1.7% 줄어든 것보다 하락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7월 지표 부진에도 8월이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8월 PMI가 부진하게 나타나자 경기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제조업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고 있다. 주방기기 도매업체 사장인 우웨이칭은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다"며 "수요가 급증할 때 납품하지 못할까봐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당장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수요에 대비해 쌓아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 사장의 설명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포브스는 중국 지방 정부가 제조업체들에 생산라인을 유지하라고 독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무엇보다 실업증가에 따라 사회적 불안이 발생하는 것을 억누르기 위해서라는 게 포브스의 설명이다. 중국 지방 정부 및 당 간부들은 현지 경제성장률에 따라 업적을 평가 받는다. 따라서 기업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생산라인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재고 증가 현상은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철강의 경우 수요가 현저히 줄었지만 생산량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이제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은행에서 자금까지 대출 받아 제품을 쌓아놓으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쌓여가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는 싸게 팔아야 한다. 그러나 내수ㆍ수출 모두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침체돼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8월 HSBC PMI는 중국 제조업이 심각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포브스의 주장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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