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강풀 원작의 따끈따끈한 신작 '이웃사람'을 볼 것인가, 차태현 주연의 시원한 코믹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볼 것인가. 지난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기분좋은 고민이다. 이러는 동안 한 달 앞서 개봉한 '도둑들'은 주말에만 관객수 51만명을 더해 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상영영화 흥행순위의 1~3위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 영화들은 관객 점유율만 70%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한 것을 올 초부터다. '부러진 화살(342만명)', '댄싱퀸(402만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68만명)' 등 연초 선보인 영화들이 개봉과 동시에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건축학개론(410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명)', '연가시(445만명)'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강세를 이어갔다. '어벤져스(706만명)', '스파이더맨(484만명)'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있다.
특히 극장가 최고의 성수기인 여름 방학 기간에는 '도둑들'이 개봉 3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당초 경쟁작으로 손꼽혔던 '다크나이트 라이즈(635만명)'에 완승을 거둔 상황이다. 이에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달 57.7%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7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5년내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영화의 흥행돌풍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 측면도 있지만 '장르의 다양화' 영향이 크다. 스릴러에서부터 코믹, 멜로, 액션, 사극 등 각양각색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독립영화 중 용산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도 입소문을 타 관객몰이에 나서 화제가 됐다. 2~3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영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쏠림' 현상이 해소되면서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됐다. '볼게 없다'는 불만은 '뭘 볼까'라는 고민으로 바뀌게 됐다.
영화가 다양해지자 관객폭도 넓어졌다. 주 타깃층인 10~20대는 물론이고 평소에 극장을 잘 찾지 않은 3040세대들도 극장문을 넘나들었다.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승승장구가 하반기 주요 시즌인 '추석'과 '크리스마스'에도 이어질 수 있을 지 기대해볼만 한 일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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