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자신이 주도해온 경제민주화 문제로 당 내부의 갈등과 외부의 공격에 동시에 마주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의제로 자리잡은 경제민주화를 끝까지 지키고 구체화하는 일은 박 후보의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 후보가 지난 4ㆍ11총선 과정에서 줄곧 천명해온 경제민주화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그간 쌓아온 신뢰의 이미지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최근 "(경제민주화를) 대선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헌법조항 입안자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한구 원내대표 또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재벌을 손본다고 양극화가 해소되느냐"는 말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박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이 20일 라디오 방송에서 "합리적인 경제민주화의 틀을 짜서 제시하면, 박 전 위원장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을 규제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 보수적 정치세력으로서의 가치지향을 지키느냐 허무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 내부에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계속 존재한다"고 전했다.
박 후보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비박(非박근혜) 인사 등을 포함한 범보수 끌어안기에 나선다면 경제민주화 기조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통합당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에 앞서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으로 채택한 민주당의 경우 이목희 의원 등 10명이 상장사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지난 19일 발의하는 등 경제민주화 실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도 민주당이 발의한 경우가 양적으로 새누리당을 크게 앞서며 내용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법안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에 훨씬 더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오는 25일 전국 순회경선을 시작하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더욱 선명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들고 나올 경우 '박 후보식 경제민주화'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