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가 저물고 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낮아졌다.”
“교육이 사다리가 못 되면, 사람들은 다른 길을 택하게 될 거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이 도발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다. 연매출이 2600억 원대에 달하는 국내 사교육 시장 대표주자의 호언장담은 더 이상 예언이 아니다. 실제로 불 꺼진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이 TV 뉴스에도 잡혔다.
“중산층 이하 아이가 이른바 ‘SKY’대학을 나와도 대기업 들어가 평생 집 한 채 마련하면 끝”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또 다른 언론에 손주은 대표의 인터뷰와 데칼코마니로 닮은 주장이 눈에 띈다.
“이대로 가면 한국도 일본처럼 학력저하 등 교육 붕괴가 일어난다.”
그는 구조적으로 약자를 양산하는 사회에서 노력을 통한 계층 상승을 포기하는 청년 세대의 등장을 사회현상으로 짚어낸 <하류지향>의 작가 우치다 다쓰루다. 국민소득이 1인당 3만 달러인 일본에서 공부와 취업 모두를 거부하는 ‘자발적 루저’인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는 뉴스가 우리 사회에 모종의 긴장감을 던진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교육 포기’의 가능성은 지표상으로도 드러난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청년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서, 특성화고 출신 고졸자가 일반 대졸자보다 50세까지 평균 1억을 더 번다는 ‘고졸 경제학’도 등장했다.
‘어차피 취직도 안 될 텐데, 군대는 가서 뭐 하냐’는 병역 순수 기피자도 슬금슬금 늘고 있다. 자포자기의 돌림노래는 이어진다. 군대 가면 뭐하나? 어차피 취직도 못 할 텐데. 취직하면 뭐하나? 어차피 월세 내면 끝인데. 집 장만하면 뭐하나? 어차피 은행이자 내나 월세 내나 그게 그건데.
워킹푸어에서 렌트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로 이어지는 출구 없는 사회. 원래 해탈이 아니면 풍자랬던가. <개콘> 갸루상의 “사람이 아니무니다”는 웃다가도 가슴 철렁해지는 구석이 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우린 안 될 거야, 아마”의 유머 코드를 연상시킨다.
압축 성장의 피로감인가,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급속히 차단되어가는 사회를 살아가는 자포자기인가? “살지 안스무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존재하지 안스무니다…” 그럼 우린 뭘까? 스무고개의 다음 질문은 이것이 맞겠다. “좀비입니까?”
컨텐츠 총괄국장 구승준
이코노믹 리뷰 구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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