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 은행들이 자신들이 발생한 채권을 재매입하는 방법으로 수익성과 자본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유럽의 은행들이 재정 위기로 은행의 장기 채권 가치가 하락하자 자신들이 발행한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다시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이탈리아의 인텐사산파울로, 스페인의 방코산탄데르, 포르투갈의 방코커머셜포르투기스 등이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지난 1일 17억 유로 어치의 채권을 다시 사들였다고 밝혔다. 방코산텐데르의 영국 지사는 지난달에 18억7000만 파운드의 채권을 재매입했다. 인테사산파울로도 16억5000만 유로 규모 채권을 다시 사들였고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3월 9억6500만 유로 규모의 채권을 다시 사들였다. 스페인의 방코 빌바도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도 6억3800만유로 규모 채권을 거둬들였다.
저널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은행들이 민간 시장에서 장기 채권 발행, 자산매각 등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채권 재매입을 통해 수익성과 자본 안전성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유럽 은행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인 이후 정상적인 가격으로 다시 팔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채권 재매입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자산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유럽의 은행이 발행한 만기 1년6개월∼10년 이상 채권은 40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645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이다.
은행들은 통상 장단기 채무의 조정을 위해 채권을 재매입하거나 재매각하지만 최근의 조치는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바젤3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의미도 적지 않다. 채권을 다시 사들인 만큼 자기자본 비율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 재매입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자금 조달 능력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ECB의 저금리 대출 등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애널리스트인 알라스테어 라이언은 "은행이 민간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권을 재매입하면 중앙은행의 부담이 늘어나고 은행이 민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