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던 중견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책을 내놨다.
가업 승계 시 상속세는 물론 연구ㆍ개발(R&D) 세제 부담을 완화하고 '빨리 주고 늦게 받는' 하도급 제도 개선을 추진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따른 핵심 애로 해소에 나선다. 중견기업의 R&D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5년 이상 근속 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목돈'을 쥘 수 있는 '당근책'을 준비했다.
정부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3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 3000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 5월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내에 중견기업국이 신설된 이후 중견기업만을 위해 마련된 첫 번째 지원 로드맵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이 되면서 뒤따르는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즉,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예전 중소기업 때 누렸던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데 따른 '보상'을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중견기업의 오랜 숙원인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핵심 R&D 인력의 장기 근속 등을 위한 '장기 재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점이다. 5년 이상 근로를 조건으로 동일 금액을 적립하는 금융 상품으로, 장기 재직에 따른 목돈 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재직자와 기업이 각각 매월 50만원씩 적립하면 5년 뒤엔 7000만원 상당의 목돈을 쥘 수 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차세대 리딩 엔지니어'로 지정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가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마련됐다. 내년부터 가업 승계 상속세 공제는 매출 2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는 기존 가업 승계 상속세 공제를 받던 상한선(매출 1500억원)이 중소기업 졸업 기준(3년 평균 매출 1500억원)과 같아, 중소기업 졸업 시 공제 혜택이 사라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2010년 기준 950여개)을 위한 R&D 세액 공제 구간은 8%로 신설돼 R&D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
다음은 하도급 제도 개선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서 제외됐던 하도급 거래 보호 대상에 넣기로 했다. 그동안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하도급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대금 지급 기일, 결제 수단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해도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특히 중견기업연합회의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이 수급 사업자일 때 평균적으로 대금을 지급받는 기간이 60일 이상인 경우가 30%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이 '빨리 주고 늦게 받는' 하도급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기준'을 개정해 중견기업도 대기업과의 동반성장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향후 성과를 보고 하도급법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각종 금융 지원이 눈에 띈다.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에 대해 약 1조원의 추가 자금을 수혈한다. 중견기업연합회가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애로 사항을 묻는 설문에서 중견기업의 31.4%가 '자금 조달'을 꼽았다. 산업은행의 경우 신성장 분야에서 우수 중견기업을 선정해 금리 우대(0.3~0.5%포인트 감면) 등 지원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지경부 소관 R&D 사업 중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10년 1.6%에서 2015년 6%로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중견기업이 주관 가능한 R&D 과제를 늘리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인사, 재무, 마케팅 등을 모두 담당하는 1인 경영 체제에서 탈피해 중견기업 규모에 맞는 시스템에 의한 경영 체제를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채권 발행, 주식 시장 상장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을 확대하기 위해 중견기업 금융 캠프를 개최하고 연기금의 중견기업 회사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중견기업의 특허 심사 청구료 등 지식재산권 창출을 위한 수수료는 30% 감면된다. 현재 운용 중인 중견기업 전용 펀드와 신성장동력 펀드 등을 활용해 중견기업의 해외 인수ㆍ합병(M&A)을 위한 자금 공급도 확대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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