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시아, 지표가 말해주네

아시아, 짙어지는 불황 그림자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성장드라이브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 제조업 경기도 하향곡선을 그리며 하반기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아시아지역 제조업의 확연한 후퇴양상이 경기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중있게 보도했다.

앞서 1일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 50.1을 기록해 경기위축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황임을 나타냈다. 3개월 연속 미끄러지며 최근 8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HSBC가 집계한 7월 제조업 PMI도 49.3으로 50을 밑돌았다. PMI는 제조업 담당자들이 향후 경제전망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세임을, 이하면 경기가 위축세인 것으로 본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7.6%를 기록하며 8%대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3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기습 인하했고 시중은행 지급준비율도 지난해 11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0.5%포인트씩 내리면서 자금풀기에 나섰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제조업 PMI가 7월 소폭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말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히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3위 경제대국인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마킷과 일본자재관리협회(JMMA)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는 6월 49.9에서 47.9로 떨어졌다. 6월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하면서 대지진 재건경기 효과가 눈에 띄게 희박해졌다.

HSBC가 집계한 인도의 PMI도 6월 55에서 7월 52.9로 하락했고, 대만도 49.2에서 47.5로 떨어졌다. 호주 PMI는 중국 자원수요 급감에 6.9포인트 떨어진 40.3으로 3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부진은 아시아지역의 최대 수출대상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1일 발표된 유로존 7월 PMI는 44.0을 기록해 예상을 밑돌았다. 유로존 내 비중이 가장 큰 독일이 43.0, 프랑스는 43.4에 그쳤다. 유로존 외 국가인 영국도 45.4로 3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7월 수출은 전년대비 8.8% 급감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초 발표되는 대만과 중국의 수출 역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 지역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지역이 점차 유럽 위기에 ‘감염’되면서 무역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아시아 수출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제조업 경기지표의 부진은 추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2008년 금융위기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웨이호롱 바클레이스 아시아지역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미어 고엘 도이체방크 금리·외환부문 리서치책임자도 “7월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지만 아시아지역으로의 자본유입은 미 연방준비제도(FRB)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기대에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아시아지역 국채나 통화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