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수서발 KTX노선 운영권 민간 참여(경쟁체제)는 실현될 수 있을까.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간 물밑 날카로운 신경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국토부는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KTX경쟁체제 도입이 정치권의 비협조 등으로 무기 연기될 위기에 처하자 적자노선 운영권을 반납하라고 서면 통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그동안 여러차례 구두상으로 운영권 반납을 요구했음에도 코레일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행정행위 강도를 높인 것이다.
KTX민영화 문제가 그만큼 다급한 정책현안임을 강조한 셈이다. 국토부는 어떻게든 현 정권에서 매듭을 지었으면 하는 눈치다.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KTX문제가 차기정권에 넘어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을 두고 "추진동력을 상실했다"고 했다가 전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동력 상실'이란 표현을 했던 국토부 고위간부가 호되게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부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누적되고 있는 코레일의 적자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은 매년 1조~1조2000억원 가량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부채는 지난 2004년 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게다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20년에는 30조원으로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이용객보다 근무 직원 수가 더 많은 철도역사가 허다하다"며 "국가재정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철도산업 독점에 따른 방만경영 폐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동탄2신도시의 성패를 좌우할 철도노선 구축과 KTX민영화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국토부를 조급하게 하고 있다. 현재 코레일의 재무건전성으로는 수도권~평창 노선,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 건립을 위한 재정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정부 지침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구두로 요구했던 적자노선 비용구조에 대한 정보제출 기한이 지난달 말 마감됐지만 여전히 국토부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주무부처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지도 않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민영화와 관련한) 정부정책의 문제점 등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 추이를 봐가며 대응하겠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코레일이 염두에 두고 있는 여론은 국민이 아니라 철도노조라는 생각이 든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침묵 속에 KTX민영화 반대를 위한 총파업까지 결의할 태세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이라는 '빅 이슈'를 앞두고 표심을 흔들 수 있는 철도노조 총파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쟁사업자 선정 과정에 '꼼수'가 숨어있지 않을까를 확대포장하기도 한다. 당정협의회 결과가 그런 분위기를 읽히게 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코레일이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만경영의 책임을 따져야할 정치권은 코레일의 논리를 지원사격하는 '2중대'가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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