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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속 선장만 남은 대한민국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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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26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역정내는 등 질책 잦아져...공무원들 복지부동 늘어나...위기 극복 장애물될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세계경제 위기의 격랑이 덮치고 있지만, '대한민국호(號)'는 선장만 남아 있고 선원은 모두 사라져 버린 채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경제는 상반기 수출이 급감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3% 이하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측근 비리 파동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내수활성화 민관합동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을 보좌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 청와대 참모ㆍ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임기말 레임덕을 의식해 '복지부동'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요즘 각종 회의에서 장관ㆍ참모들을 질책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시한 정책ㆍ과제가 몇 달이 지나도록 실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2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하라"며 역정을 냈다. 지난 3월 수출 업체 금융 지원 대책 마련을 지시했는데도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금년 초부터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했는데 아직까지도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속도가 나오고 있지 않다"며 "올 초 회의 이후부터 세부적인 대책을 세워 추진했어야 하는데, 지금 늦었다"고 질책했다. 그는 특히 "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해도 되지만 아침 일찍부터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하는 이유는 지금이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태스크 포스(TF)팀을 만들어서라도 속도감있게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열린 내수활성화 민간 합동 토론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토론회에서 정부 관련 부처가 지난 4월 외국인 카지노 사전 심사제 도입을 결정했으면서도 여태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음을 알고선 "추진하겠다고 한 게 언제인데 왜 아직도 처리하지 않았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장관ㆍ참모들을 꾸짖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정부ㆍ청와대 전반에 만연된 임기 말 레임덕 현상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지시를 해도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공무원들 때문에 도무지 먹히지 않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청와대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차기 정권에 신경쓰며 갈 자리를 알아 보고 있다. "임기 말인데.."라며 업무에 소홀한 이들이 많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쉬어야지라고 생각들이 은연 중에 직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나부터도 업무에 집중하려 하지만 내년 이후 어떤 곳에 갈 수 있을지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청와대 전직 관계자도 "얼마전 전직 직원 초청 모임에 가서 현직들한테 일을 좀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쉬라고 하는 데 왜 당신만 일하라고 하느냐'고 답하더라"고 "정권 초반에 가졌던 열정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고 한탄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현재 별정직 공무원들의 경우 스스로를 어공(어쩌다 공무원) 등으로 비하하며 장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행정부처 파견 공무원들도 돌아갈 자리를 찾기 위해 바쁜 상태다.


일선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내놓은 정책을 은연 중에 무시하거나 적극적으로 펼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참모는 "겉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언론 등을 통해 청와대에서 결정한 정책을 은근히 비난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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