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마리사 메이어(37) 구글 부사장이 17일(현지시간) 야후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파격적인 그녀의 기용에 대한 놀라움이 이어졌지만, 이제 세상의 관심은 과연 그녀가 유리 절벽(glass cliff)의 희생자가 될 것인지 여부라고 최근 보도했다.
유리 절벽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엑세터 대학 심리학과 알렉산더 하슬람과 미셸 라이언 교수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또는 위험을 안아야 하는 고위직 승진의 경우 유망한 남성 후보자들은 이 일을 좀처럼 맡으려 하지 않다보니 여성들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일을 맡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데서 유래한 용어다. 들은 여성이 성적인 차별을 뚫고 고위직에 올라가도 또 다시 험난한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메이어의 전격 기용을 두고서 바로 '유리 절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메이어가 맡게 된 야후 상황이 그만큼이나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야후는 불과 1년 사이에 최고경영자가 3번(임시 CEO를 포함할 경우 5번) 바뀌었을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2월에 취임한 스캇 톰슨은 학력 파문으로(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5월 사임했으며, 2009년 1월 야후를 회생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캐롤 바츠 전 CEO는 지난해 9월에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이러한 경영진의 숱한 변화는 다른 기업들에는 자주 있는 일지만, 구글과 같은 기업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구글을 대표하는 인물로 거론됐던 메이어가 왜 구글을 버리고 야후로 옮겼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야후는 여전히 세계적인 포탈사이트이기는 하지만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비하면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야후의 주가는 지난 5년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할 정도로 부진을 겪어왔다.
하지만 포브스는 메이어가 야후라는 배로 갈아타는 모험을 벌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봤다. 이미 야후에는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야후를 회생시키지 못하더라도 그건 그녀의 책임이 아니지만, 만약 야후를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면 메이어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야후는 아직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야후의 월간 방문자가 여전히 7억명 이상이고 이들의 평균 이용 시간은 2시간 이상이며, 이러한 사용추이는 꽤 안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야후의 반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의 흐름은 이미 소셜네트워크나 유투브와 같은 사용자 참여형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야후의 대대적인 변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메이어의 지도력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이어가 그동안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지만, 야후와 같은 대형 조직을 재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대 기업을 총괄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야후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후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보다 통합된 브랜드와 전략 구축이 필요한데 특정한 서비스만을 개발했던 그녀가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메이어가 결국 유리절벽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야후의 구세주가 될 것인지 세상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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