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임시 이사회에서 ‘계약 해지’안 논의…취임 첫 4년은 개혁드라이브, 연임부터 혼란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KAIST 총장이 직을 내려놓는다. 변수가 없다면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다.
서 총장은 이사회에 앞서 16일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AIST 이사회에 총장 계약해지 안건이 상정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서 총장이 받고 있는 ‘사퇴압력’의 이유와 배경에 모아졌다.
서 총장은 “오명 이사장이 답해야 한다. 나도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로 계약해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 총장 임기 6년. KAIST와 서 총장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 살펴봤다.
◆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서 총장은 임기 중 가장 잘한 것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된 것을 꼽았다. 세계적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강한 카리스마로 학교를 이끌고나간 결과라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서 총장은 미국 MIT 교수시절부터 개혁성향이 강하고 실사구시를 꾀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경영스타일이 다소 독선적이어서 교내 관계자들과의 불화도 어느 정도 예측됐다.
능력은 뛰어났으나 인간미가 없다는 건 최대단점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KAIST를 세계 초일류 연구중심 이공계대학으로 이끌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총장에 낙점,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서 총장은 취임식에서 “구성원들 마음과 역량을 결집, KAIST를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뒤 첫 4년 임기는 KAIST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고간 때이다.
“교수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학부 모든 과목의 100% 영어강의, 성적부진 학생에게 장학금 미지급과 차등등록금 부과,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통합, 입학사정관제 도입...”
2006년 7월 서 총장이 취임과 함께 내놓은 개혁안의 주요 내용이다. 서 총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서 총장 개혁안에 KAIST 안팎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 연임 때부터 갈라선 아군들=서 총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개혁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4년간 서 총장의 개혁을 지지한 교수들이 앞장 서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
때를 같이 해 총장연임 후인 지난해 초부터 넉 달간 학생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은 KAIST는 물론 우리나라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학생과 교수들은 총회를 열고 서 총장의 개혁중단을 요구했다. 차등수업료 폐지, 영어 의무수업 변경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로써 쉼 없이 달리던 서 총장의 개혁이 멈췄다.
학내 구성원들은 서 총장이 물러나야 학교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고 서 총장은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기 싸움을 벌였다.
이사회에서 둘 사이에 ‘소통’을 요구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쪽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오래 전에 잃었다. 대화의 가장 필수적 요건인 신뢰가 깨졌다. 총장이 교수들을 고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오는 20일 이사회가 서 총장에게 ‘계약 해지’를 결정하면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서 총장은 직에서 물라나게 됐다.
서 총장이 물러난 뒤 세계적인 대학으로 계속 클 것인가, 아니면 다시 대한민국의 대학으로 남게 될 것인가는 남은 사람들의 숙제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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