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정위 '경제민주화' 공세로 상임위 첫 신고식 치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여러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질의시간이 길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날선 비판으로 박 장관을 몰아세웠다. 문재인 고문은 이번 발언을 통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다시 한 번 재벌개혁의지를 확인시켰다.
문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 논의를 끄집어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안은 재벌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고문은 "1%도 안되는 소유지분으로 황제처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재도입과 순환출자를 금지, 금산(금융자본·산업자본)분리 강화, 지주회사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거리를 뒀다. 이어 그는 "문 고문이 주장하는 논리와 함께 반대 측의 논리도 균형 있게 봐야한다"며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주로 외국기업을 상대로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생각이 같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문 고문이 "소수 지분으로 수십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심지어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까지 지배하는 대기업의 상황이 잘못됐다는 원론에는 동의 하는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동의 한다"고 답했다.
순환출자를 두고서는 생각이 갈렸다. 문 고문은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이뤄진 순환출자는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막자고 한다"면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면 이미 이뤄진 순환출자를 보호해주는 역기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환출자 금지를 위해 기존에 이뤄졌던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을 줘 해소하도록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순환출자를 도입하지 않고도 정부가 기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거나 기업공시를 강화하는 등의 지배구조 투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 제도화는 심층논의를 통해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순환출자 금지법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문 고문은 지난 9일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장관의 비판적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고 한 발언을 기억한다"며 "뒤짚어 해석하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논의 중 지나친 부분이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일부 지나친 점이 있다"고 인정하며 "재벌세 규정 등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이인영 민주통합당의원이 "경제민주화가 대외경제력을 높이는데 도움이된다"고 말하자 박 장관은 "매끄럽지 않은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 박원석 통합진보당의원은 "박 장관이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의미와 그것과 괴리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설명해 달라"며 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박 장관은 "경제민주화가 북한처럼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세계 표준)와 동떨어진 경제민주화 정책은 고립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