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2분기 세후 이익은 얻기 힘들 것 같다."
황규호 SK해운 사장은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올 1분기에도 그렇지만 2분기에도 영업익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황 사장은 "2009년부터 사업 구조 조정을 많이 했고 비즈니스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효과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2분기 시장은 웬만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연간 실적은 흑자를 기록했다"며 "연간 실적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SK해운은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30주년 행사의 키워드는 '조촐한'이었다. 통상 30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흔치 않다. SK해운도 역경을 헤치고 현재의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해운 업황이 좋지 않다. 이에 행사는 식구들끼리 참석한 채 '조촐하게' 진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황 사장은 "2020년까지 매년 20% 성장해서 기업가치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사사를 만들어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키로 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는 내실다지기에 돌입했다.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신규 사업 대신 기존사업에 집중하고, 선박 발주도 중단했다.
그는 "해운업황의 진폭이 계속 커지고 빨라지고 있다"며 "자금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해운업에 투자하면서 선주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해운업황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황이 바뀌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해운은 그룹계열사 장기물량을 비롯한 원유, LNG, 유연탄 수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컨테이너 사업처럼 물동량과 화주 확보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지만 업황의 부침에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를 이겨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황 사장은 당장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SK해운내 직원들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황 사장은 "비즈니스 모델에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 기업문화를 바꿔 나가고 있다"며 원 앤 프리덤(One&Freedom)을 강조했다.
SK해운은 지난해부터 출근시간이 오전 8시~10시로 자유로우며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유로운 조직 속에 구성원 하나하나가 프로의식을 갖고 일을 하면 조직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황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도다.
황 사장은 "SK해운인(人)은 각자가 하나의 빛깔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각자 지닌 원색의 빛을 더욱 강렬하게 낼 수 있게 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이들의 빛을 극대화해 한 곳으로 모아 '레이저'를 만들어낼 때 궁극적으로 기업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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