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55.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00년 이후 1% 초반을 유지했던 총수 지분율은 올해 0.9%대로 떨어졌다. 이는 대기업 총수가 여전히 적은 지분을 갖고도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 가능하다.
내부 지분율은 계열사 전체 발행 주식 가운데 대기업 총수와 친족, 임원, 계열사, 비영리법인 등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주식 소유 현황과 소유 지분도를 1일 분석ㆍ공개했다. 공정위의 올 하반기 야심작인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보 공개' 제 1호다.
이번에는 각 집단별 소유 지분도를 최초로 분석해 한 장의 그림에 정리한 점이 특징이다. 기관 및 외국인 지분율 현황도 첫 공개됐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정보 공개 1호(소유 지분도)를 시작으로 채무보증(7월)ㆍ내부거래(8월)ㆍ지배구조(9월)ㆍ지주회사(10월) 현황 등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 대기업집단(63개)의 내부 지분율은 31.4%로 지난해(28.6%)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신규 지정 집단(9개)의 내부 지분율은 33.41%로 기존 연속 지정 집단(54개ㆍ31.14%)보다 높았다.
◆총수 '있는' 집단 43개 뜯어보니…
총수 있는 집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 지정된 곳은 38개였다. 5개는 신규 지정됐다. 한라ㆍ교보생명보험ㆍ태영ㆍ한국타이어ㆍ이랜드집단이 새로 포함됐다.
총 43개의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56.1%로 지난해(54.2%)보다 1.9%포인트 늘었다. 동일인(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 및 친족 지분율은 4.17%로 지난해(4.47%)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계열사 지분율(49.55%)은 2.19%포인트 증가한 데 기인했다.
내부 지분율이 높은 집단이 새롭게 포함되거나 자본금 규모가 큰 기업의 물적분할에 따른 기존 사업부 분화 등이 내부 지분율 확대를 유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물적분할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립된 것과 GS의 에너지 사업 부문 물적분할로 GS에너지가 세워지면서 영향을 미쳤다. 삼성(16.6%포인트) 부영(10.0%포인트) 웅진(7.4%포인트) 신세계(6.24%포인트) GS(5.62%포인트) 순으로 내부 지분율이 증가했다.
최근 5년(2008~2012년)간 총수 있는 집단의 내부 지분율 변동 추이를 보면 50% 초반대에 머무르다 지난해부터 증가 추세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고 SK가 SK이노베이션을 물적분할 한 영향을 받았다.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40% 후반대였으나 지난해 50%를 첫 상회했고 올해는 55.7%까지 치솟았다. 총수 지분율은 최근 5년간 1% 초반을 유지했으나 올해 0.9%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총수 '없는' 집단 20개 뜯어보니…
총수 없는 집단은 연속 지정(16개)과 신규 지정(4개) 등 총 20개다. 이들의 내부 지분율은 10.9%로 지난해(6.7%)보다 4.2%포인트 증가했다. 총수 있는 집단과 비교해 동일인 및 계열사 지분율이 크게 늘었다.
총수 없는 집단의 내부 지분율이 증가한 것은 내부 지분율이 높은 농협(91.7%)이 신규 지정된 데다 내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이닉스(0.3%)가 지정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을 빼면 총수 없는 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6.4%)이었다.
총수 없는 집단 중 민간집단의 내부 지분율이 공기업집단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기업집단 12개는 지난해 3.5%에서 올해 8.2%로 4.7%포인트, 민간집단 8개는 24.0%에서 32.9%로 8.9%포인트 늘었다.
◆기업공개 및 기관ㆍ외국인 출자 현황 보니…
총수 있는 집단의 전체 계열사 수는 1565개. 이중 상장 회사는 230개(자본금 약 55조원)에 불과했다. 기업공개 비율(전체 계열사 중 상장사 비중)은 지난해 15.6%에서 올해 14.7%로 줄었다. 상장사 내부 지분율(40.1%)은 비상장사(77.3%)보다 낮았다.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34.0%(기관 17.8%ㆍ외국인 16.2%)를 기록했다.
◆지분도 그림으로 펼쳐보니…
대기업집단의 지분 소유 구조는 총수 있는 집단>지주회사 전환집단>총수 없는 민간집단>공기업집단 순으로 복잡했다.
특히 총수 있는 집단의 출자 구조는 수평ㆍ방사형 출자 등이 다수 있어 소유 지분 구조가 복잡했다. 평균 출자 단계는 4.4단계(평균 계열사 수 30.4개)였다. 반면 총수 없는 집단은 수직적 출자의 비중이 컸고 평균 출자 단계는 1.8단계에 불과했다. 평균 계열사 수도 13.3개로 총수 있는 집단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하지만 총수 있는 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14개)은 비교적 단순한 출자 구조를 보였다. 계열사 간 평균 출자 단계는 3.2단계로 일반집단(5.0단계)보다 적었다.
총수 없는 집단 중 일부 민간집단의 경우는 복잡한 소유 구조를 나타냈다. 계열사 간 공동출자 등에 의한 계열사 수 증가, 주력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 편입으로 인한 영위 업종 확장 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포스코는 지난 2008년 31개였던 계열사 수가 올해 70개로 늘었다. 출자 단계는 2단계에서 3단계로 확대됐다.
총수가 없는 공기업집단(12개)의 소유 구조가 가장 단순했다. 평균 7.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 간 평균 출자 단계는 1.7단계에 불과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한 집단은 총 15개로 지난해보다 1개 줄었으며 모두 총수 있는 집단에 속했다. 단핵 구조(1개 핵심 회사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출자 고리 연결)가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다핵 구조(뚜렷한 핵심 회사 없이 다수 계열사 연결) 또는 단순 삼각 구조(3개 계열사만 연결) 형태였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감소한 가운데 전체 내부 지분율이 증가한 것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간 출자를 이용해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자금 동원력에 한계가 있는 총수 일가의 지분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출자 구조는 여전해 총수가 기업집단 전체 계열사의 경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영역 잠식 우려나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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