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택시가 어제 하루 운행을 멈췄다. 회사택시 및 개인택시 25만여대 가운데 22만여대가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안정화, 요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지만 시민은 불편한 하루를 보냈다.
택시 운행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총파업의 의미를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파업은 종전과는 다르게 노와 사가 함께 참여했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택시 산업은 자가용 증가, 지하철 노선 확대 등에 따라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승객이 주는데 LPG 가격은 상승하는 등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악재다. 무분별한 증차 요구 등 업계가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면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작지 않다. 업계가 증차를 요구할 때마다 중장기적 수요 판단 없이 승인해 줬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5만여대, 20%가량이 공급 과잉 상태다. 2014년까지 1만3000대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보상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하다. 물가 안정을 앞세워 요금은 3년째 동결 상태다. 무엇보다 LPG 가격은 지식경제부, 교통 정책은 국토해양부, 요금은 지자체 등으로 관련 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문제를 통합 조정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도 화를 키운 요인이다.
택시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LPG 가격 안정화, 연료 다양화, 감차 보상 대책, 요금 현실화, 대중교통 법제화 등 다섯 가지다. LPG 유가보조금 증액은 다른 운송수단과의 형평성 때문에, 대중교통 편입과 감차 보상은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현실적으로 다 들어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요금 현실화, 클린디젤과 압축천연가스(CNG)의 택시 확대 등 연료의 다양화는 당장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택시는 시민의 발이다.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첫인상일 수도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종합적인 택시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곳으로 분산된 택시 관련 업무를 통합, 총괄할 기구가 필요하다. 물론 택시 업계도 달라져야 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바가지 요금 시비, 난폭 운전, 운행 거부, 신호 위반 등 시민의 불만과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럴 때 시민은 택시 업계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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