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엔씨소프트가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던 모바일과 음악 사업을 접는다. 대신 온라인 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모바일과 음악 사업이 닻을 올린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택진 대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넥슨의 지분 인수와 맞물려 두 조직간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성장 가능성이 낮은 모바일과 음악 사업을 접는 대신 텃밭인 온라인 게임에 사운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조직 개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작업도 조만간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 감원도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퇴사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재설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킹덤즈'를 출시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 2010년부터 자사 게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24hz' 음악 서비스도 기존 음원 업체들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성장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접고 주력 사업인 온라인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속속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의 성과만을 놓고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대부분의 생활이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간 만큼 PC 환경에만 갇혀서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는 없다"며 모바일 사업 강화를 역설한 바 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뒷말을 낳는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사업 개발 인력들을 온라인 게임 개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 엄연히 다른 분야인 만큼 일부 인력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희망을 안고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던 인력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는 최근의 조직 개편이 김택진 대표가 넥슨에 지분 14.7%를 넘긴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넥슨이 1대 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두 조직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넥슨과 중복되는 사업을 접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두 조직이 통합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접는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두 조직간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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