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의 달인들 | 이의정 LSD바이크 대표
세상에 어떤 일이라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의정(32) LSD바이크 대표는 업무차 들렀던 영국이란 나라에서 길거리 자전거 문화를 접하고 그길로 자전거 튜닝의 일종인 커스텀 바이크(맞춤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찍부터 이 분야를 선점한 결과 지금은 또래 대기업 직원 연봉수준의 두 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를 만나 자전거 창업 과정과 커스텀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잘 모르고 있던 아이템을 먼저 발견해 시작한 것이 성공의 배경이 됐습니다.” 이 대표는 자전거 숍 창업 성공요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운’에 뒀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마저도 능력으로 여겨진다. 남들이 잘 보지 못했던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갈 길을 그는 이미 스물일곱이란 나이에 일궈냈다.
대학을 다니던 중 그는 등록금이며 수중의 돈을 모아 아는 선배와 함께 출판사 창업을 했다. 여행 가이드북을 내고 싶었던 그는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그는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만난 것이다.
“당시 영국은 브릭레인 자전거 숍처럼 커스텀 바이크 숍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자전거하면 신문 사면 주는 것, 또는 아저씨들이 쫄바지에 핼멧을 쓰고 줄지어 달리는 MTB족이 연상되는데 영국에선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예쁘고 개성 있는 자전거를 많이 타더라구요.”
영국의 길거리 자전거문화도 그에겐 매력적이었다. “거리를 다니면 길가에서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자전거 튜브를 갈아 끼우거나 펑크를 때우는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그런 문화 자체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어느 날 비오는 거리에서 한 배달원이 빗속에서도 커다란 TV를 자전거에 싣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영국의 길거리 문화가 접목된 자전거문화를 한국에서 실현시켜보겠다는 꿈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그날로 그는 자전거에 빠져들었다. 레스토랑을 찾는 일을 중단하고 자전거 숍을 찾아다니며 자전거 기술을 배우고 영국의 길거리 자전거 문화를 경험했다. 당시 자전거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많아 도서관에서 자전거에 대한 원서를 찾아가며 공부를 할 정도였다.
얼마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전거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갑내기 동료를 만났고 그와 마음을 모아 국내 최초의 커스텀 바이크 업체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미국 대규모 자전거 페스티벌이 열리는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에서 약자를 따 바이크숍 명칭을 ‘LSD’로 지었다.
가게 문을 열자 손님들이 급증했다. 커스텀 자전거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 라는 희소성을 갖는다. 또한 영국 바이크숍의 길거리문화가 그대로 반영돼 자전거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가진 많은 마니아들과 사람들이 오가면서 자전거에 대한 정보와 기술 교류도 많아졌고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점점 증가했다. 지금 사업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매출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매출보다는 제가 받는 보수로 치면 대기업에 다니는 비슷한 또래 연봉의 두 배 수준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매출이나 보수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기를 꺼렸다. 최근 5년새 커스텀 자전거업계도 후발주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한때 4층짜리 건물에 점포를 내고 운영했지만 지금은 사업을 내실있게 꾸려가기 위해 왕십리 청계천변에 작은 점포를 내고 그 앞에 문화 존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전국에 가맹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4대강 주변 자전거 도로가 난 지점들을 중심으로 거점을 만들어 커스텀 자전거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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