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융권 노조의 최근 화두는 '독립'이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관치금융에서 벗어나보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단순히 사측에게 임금인상과 복지를 주장하던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민영화 '삼수'에 도전하는 우리금융 노조의 경우 정부가 내놓은 민영화 방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농협중앙회 노조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관치화에서 벗어나고자 노력중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경우 인수자인 하나금융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 노조협의회(우노협)다. 우노협은 7일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A나 합병 방식의 민영화는 글로벌 금융트렌드에 역행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독자 생존 방식의 민영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우노협은 강제로 민영화를 진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노협은 지난 2010년 우리은행 직원들과 거래기업이 나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했던 민영화가 실패한 이후 줄곧 국민주 방식과 블록딜 방식의 자체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같은날 저녁, 농협중앙회 노조 또한 충정로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농협과 농협노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농협에 보낸 경영개선 이행약정서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농협의 신용ㆍ경제부문 분리에 정부 지원금이 들어간 만큼 조직, 인력, 자회사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바꾸라는 농식품부의 지시에 반발하고 있는 것.
농협노조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농협 관치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농협에 지원된 자금은 구조조정에 지원되는 공적자금과 다른데 경영간섭을 하며 월권행위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화두 역시 독립이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뒤 재무, 영업 등 모든 사항을 하나은행 기준에 맞추고 통제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월17일 외환은행 은행장과 노조, 하나금융 회장이 최소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합의서를 발표했으나 불과 석달도 안 된 지금 합의가 무너질 위기"라고 전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 금산노 내 다른 지부에서도 독립 경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우리금융의 인수 후보 1위로 거론된 KB금융지주의 경우에도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 박병권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직원들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직원들도 더이상의 합병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메가뱅크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같은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오는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총 진군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메가뱅크 저지 및 독자생존 민영화'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금산노 측은 이날 노조원 2만여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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