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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권, 국가가 기증받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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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권, 국가가 기증받은 사연은? 7일 김 찬 문화재청장(왼쪽)과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권자로 대법원이 인정한 조용훈씨가 해례본 소유권 기증서를 함께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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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 2008년 7월말 방송에 보도돼 공개되자마자 얼마 안돼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이를 되찾기 위해 정부가 소유권자로부터 실체없는 문화재의 소유권을 기증받기에 이르렀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4년이 다되가는 동안, 은닉돼 자취를 감추고 소유권에 대한 민사소송, 강제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지 못한 실정이다.


문화재청은 7일 오후 1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이 문화재 소유권자인 조용훈(67, 경북 상주)씨가 소유권 일체를 문화재청에 기증하는 기증서 전달식을 개최했다. 해당 문화재는 없이,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2008년 7월 31일 안동MBC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5백년만에 햇빛"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는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그 음가, 운용법에 대한 해설과 용례를 붙여 간행한 목판본이며, 1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국보 제 70호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이다. 상주본은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상태가 좋고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당시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


처음 방송에 보도될 당시, 이 해례본은 상주시에 거주하는 배 모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해 10월 조용훈씨가 자신의 골동품가게에서 고서적 등을 구입하면서 몰래 훔쳐간 것이라며 배 씨를 고발하면서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이어 2010년 2월에는 대구지검 상주지원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되면서, 대법원에서는 지난해 5월 13일 조 씨가 소유권자임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소유권이 누구인지를 따지는 민사소송 이후, 이 사건은 형사소송으로 번지게 된다. 소장자라고 속인 배 씨가 방송보도 이후 일주일 뒤인 2008년 8월 7일 문화재청의 현장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아직까지 해례본을 은닉시키고 반환을 하고 있지 않아서였다. 배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았고, 10년을 선고받게 됐다. 이어 그는 복역 중 항소해 대구고등법원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형사 소송 과정에서 이 문화재가 안동 광흥사에서 도난당했다는 추측이 제기돼 다시 소유권자의 진위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재 문화재 도굴로 복역중인 서 모씨가 자신이 "지난 1998년 광흥사에서 절도해 팔아넘긴 것"이라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단 물건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소유권을 운운하는것보다 배 씨를 잘 설득해 해례본을 다시 국민들 품으로 되돌리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광흥사의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일단, 대법원 판결에서 조영훈씨걸로 판명이 난 상황이고, 문화재 전문가들 조차 서 씨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고, 불교 복장유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광흥사 인쇄 제작소는 주로 16세기 후반 들어 책을 많이 발간했었고, 2008년 8월 확인했던 해례본은 표지자체가 굉장히 오염돼 있었는데, 연구자가 이후 공부하기 위해 해례본을 낱장인 상태로 둔 걸로 봤을 때 복장유물이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해례본의 소유권자로 인정된 조용훈씨는 이날 "국가에 기증하게 돼 좋은 일 하게 돼 기쁘다"면서 "조상대대로 내려온 가보이지만 이만큼 큰 가치가 있는지는 몰랐으며, 그동안 배씨가 절도하고 돌려주지 않았고, 서 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안동 광흥사 주지 범종스님은 기증식 이후 기자간담회를 별도로 열고 "일단 배 씨로부터 최대한 환수 받을 수 있도록 문화재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정도로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진위문제는 후차이지만, 광흥사의 복장유물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소송과정 중에 기증식에 대해 우리와 협의가 일체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도난당한 훈민정음 해례본 소유권, 국가가 기증받은 사연은?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일부(왼쪽)와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 복사본(오른쪽)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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