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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잡스와 버핏의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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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잡스와 버핏의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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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81)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기가 전립선암 1단계로 진단 받았다고 알렸다. 많은 투자자가 놀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전산단층촬영(CA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거쳐 오는 7월부터 방사선 요법까지 받을 계획이라고 세세히 밝힌 점이다.


이는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태도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개인 성향에서 이런 차이가 비롯됐을 수도 있다. 잡스가 천재성을 갖춘 괴짜에 은둔형이라면 버핏은 대중적이다. 잡스는 애플과 관련 없는 일이면 말을 아낀 반면 버핏은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외향적이다. 잡스가 대중 앞에 나서길 꺼린 반면 버핏은 해마다 갖는 '버핏과 점심을…' 경매 이벤트 같은 것으로 외부와 다양하게 소통한다.

췌장암과 전립선암이 같은 것도 아니다.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치의가 자신에게 "생명에 위험한 수준이 아닌데다 어떤 식으로든 병세가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은 그리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전립선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0%, 10년 생존율은 98%일 정도로 조기 발견하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 반면 1단계 췌장암이라도 5년 생존율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스크칼럼] 잡스와 버핏의 다른 점

문제는 암 진단 이후 잡스의 침묵으로 큰 혼란이 야기됐다는 점이다. 잡스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그는 전보다 야윈 모습이었다. 그러니 기자들은 잡스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취재하느라 우왕좌왕하고 투자자들은 투자자들대로 애플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 같았던 것이다.


2008년 8월 27일 블룸버그통신에서 당시 멀쩡하게 살아 있던 잡스의 부고(訃告) 기사를 노출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잡스의 건강 이상설이 끊임없이 나돌자 그의 부고 기사를 미리 마련해놓으려다 저지른 실수였다.


잡스의 공식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애플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잡스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정보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2009년 초반 잡스는 결국 자기의 건강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져 치료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건강상태에 대한 태도에서 버핏과 잡스는 또 다른 차이를 노출했다. 이는 치료 방법에 관한 것이다. 잡스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참선에 의지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전 최고경영자(CEO) 앤디 그로브는 아이작슨에게 "잡스가 뭐 이상한 풀뿌리로 암을 치료한다길래 '미친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고 들려줬다. 애플의 이사로 지넨테크의 CEO를 역임한 아트 레빈슨도 같은 생각이었다.


미국 뉴저지주 서밋에 자리잡은 오버룩 메디컬 센터 비뇨기과의 조슈아 피스크 박사는 "80대 들어서도 전립선암 검사 같은 것은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전립선암으로 죽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버핏은 고령에도 실험적인 치료법을 택해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암으로 진단 받자마자 자기가 암에 걸렸노라 신속히 밝힌 버핏의 태도는 다른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투명성으로 쓸데없는 소문을 미리 차단하고 여론의 흐름을 스스로 주도해가며 관계자와 부하들의 불안감까지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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