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이미지·낮은 지지율·취약한 지지기반 극복해야
보유주식 처분·비박 연대 등으로 돌파 성공할까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여권의 경선 레이스가 가열되고 있다. 정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3%의 미미한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가 박근혜 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몇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직후 8월 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그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면 언제든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 의원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재벌 이미지'다. 정 의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여섯번째 아들로 현대중공업 그룹의 최대주주다. 정 의원의 재산은 2조원대로, 국회의원 재산 평균을 산출할 때 정 의원을 제외하고 별도로 평균을 내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그의 재벌 이미지는 2008년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요즘은 한 70원 하나"라고 말했던 사건으로 요약된다. 기업 경영은 잘할 수 있지만 민생경제는 잘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 안팎에서 경제민주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재벌 2세'란 점은 그의 대권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유 주식 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우선 "국민과 관련 기관(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은 국민들로부터 혜택을 받은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은 수출 중심의 기업으로 동네 상권을 잠식하는 문어발식 대기업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의원에게는 턱 없이 낮은 지지율이 두 번째 극복 대상이다. 그의 현재 지지율은 1~3%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잠룡으로 거론됐지만 지지율은 추락했다. 2009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면서 지지율이 10%를 넘기기도 했지만,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좀처럼 지지율 상승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박 위원장의 엄청난 언론 노출도를 생각할 때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10년 전 2002월드컵 때는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소중한 기억도 있다"며 "국민이 하나가 되면 대한민국은 다시 뛸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국민들에게 2002년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위원장을 역전하는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지지기반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의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이번 총선에서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여옥·이사철·정양석·정미경 의원 등이 낙선하면서 당내 세력 기반이 더욱 위축됐다는 평가다.
정 의원이 "앞으로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면 비박(非朴) 후보들이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비박(非朴·비박근혜) 연대'를 외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 의원이 '비박 연대'를 바탕으로 박 위원장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김문수 지사와 이재오 의원 등과 단일화에 성공해 10% 대의 지지율을 만들고 박 위원장과의 일대일 구도를 성사시키면 해볼 만 하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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