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유류세 인하 등 유가보조금 정책이 석유 소비를 늘려 결국 유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정부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국제 석유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유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은 22일 펴낸 '세계경제의 4대 에너지 이슈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가보조금 정책은 유류 소비 추가 증대와 유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구조 개선과 경쟁 활성화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정책을 도입할 때에는 에너지 푸어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치솟는 유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겔런(3.7리터)당 2달러의 보조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한 것을 유가보조금 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제시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정부예산의 20%를 차지하는 유가보조금을 지급했지만,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컨티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국제유가가 5일 이상 베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경우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유류세를 직접 내리거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인 유가보조금은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최근 "큰 차를 타는 분들까지 유류세를 내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의 교역조건과 물가, 재정여건, 성장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특히 산유국의 국영석유기업 비중이 확대돼 정부가 직접 증산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유가의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는 만큼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경우 신자원민족주의 확산방지와 가격조절기능 유지, 투기적 수요 억제 방안 등에 대한 국가간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원전수요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스마크 그리드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을 확대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신재생 에너지산업 조정기에 적극 대응해 일자리 창출과 수출증대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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