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유사, 기름값 올라 떼돈 번다?…소문의 진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8초

23원☜1000원 팔면 요것 남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000원어치 팔아 23원 남기는데, 폭리라니요." 흔히 기름값이 오르면 정유업계가 떼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유사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고유가가 지속된 지난해 국내 정유4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총 매출은 148조2197억원, 영업이익은 5조51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0~40% 급증한 수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소비자들이 비싼 기름값으로 고통 받는 사이, 정유사들은 이를 내리지는 못할망정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권고대로 추가 할인을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작 정유사들은 실적보고서를 내밀며 억울함을 드러낸다. 영업이익의 절반이상이 정유가 아닌 석유화학, 윤활유 등 타부문에서 나왔기 때문이라는 항변이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매출 총액은 133조3203억원, 영업이익은 2조98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3%에 그쳤다. 이는 1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자동차, 전자, 철강, 통신 업종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 4사의 수출판매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는 1조5000억원도 채 못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에너지가 작년 한해 기록한 매출은 49조4009억원. 영업이익은 1조24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51%다. 같은 기간, 윤활유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와 SK종합화학의 영업이익률이 18.74%, 5.14%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버는 돈의 규모에 비해 남는 장사를 못한 셈이다.


GS칼텍스 또한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이 1.67%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1.34%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의 비중은 32.31%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정유가 아닌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정유부문에서 나오는 것은 에쓰오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유부문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81%, 전체 영업이익 중 정유부문의 비중은 28.8%에 불과하다. 반면 윤활유부문은 매출비중이 7.7%에 불과하나 영업이익 비중은 절반(43.9%)에 육박한다. 석유화학부문 역시 매출로는 10.9%지만 27.3%의 이익이 나오는 분야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주 사업이 원유정제 수출판매에 국한돼 있어 타 부문과의 비교는 어려우나, 전체 영업이익률은 3.25%로 타사 대비 조금 높은 수준에 그쳤다.


결국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정유사 매출액이 증가한 이유는 윤활유, 석유화학, 석유개발 등 비정유 부문의 호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부문은 1L 판매에 붙는 영업이익이 20여원에 불과한 대표적 박리다매 산업"이라며 "설비에 수조원이 들어갈 정도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고, 원유 비중이 높아 이익률이 낮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