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얘기는 늘 우리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다. 팔순의 독림가 손창근 옹의 경우도 그렇다. 손 옹은 식목일을 맞아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50년 이상 가꿔 온 경기도 용인 천주교 미리내 성지 인근의 임야 662㏊(약 200만평)를 조건 없이 국가에 기부했다. 넓이가 서울 남산 면적의 2배에 이르고 시가로 따져 1000억원대에 달하는 금싸라기 땅이다. 지극한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일이다.
손 옹의 기부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얼굴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손 옹은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현금 1억원을 기부할 때도, 지난해 2월 국보인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를 기탁하면서도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예 자신의 선행을 알리지 않기 위해 대리인을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혔다. '좋은 일이니 널리 알리자'는 산림청의 제안도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그가 '얼굴 없는 기부자'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기부를 하면서도 사진을 찍고 세상에 알리려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행위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그의 기부 결심에는 역설적으로 외부의 유혹이 큰 작용을 했다고 한다. 기부한 땅은 양쪽에 지방도가 지나고 주변에 골프장이 즐비한 지역이다. 여러 대기업에서 골프장 조성지로 눈독을 들이고 임야를 사들이겠다고 했지만 산림이 훼손될 우려가 커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후세에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숲'으로 보전하기 위해 돈의 유혹을 떨쳐낸 것이다. 특히 그의 아들딸도 적극 동의했다니 그 아버지에 그 자식이다.
손 옹이 기부한 땅은 그 자체로도 큰 재산이다. 하지만 사회에 끼치는 무형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재산가들의 끝없는 탐욕을 목격하는 요즘이어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온전한 숲'을 바라는 손 옹의 뜻이 그의 이름과 함께 오래 기억돼야 한다고 믿는다. 산림청은 숲을 손 옹 부친의 아호(雅號)를 따 '서포 숲'으로 이름 짓고 일부는 임목생산림으로, 일부는 시민을 위한 산림휴양과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울창한 숲을 지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부의 의미'와 '기부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산 교육장으로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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