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 올랐다. 전달과 비교하면 0.1%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밑돈 것은 1년7개월 만이다.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지만 서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물가지수는 낮아졌다지만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과 농식품, 전ㆍ월세 가격의 고공행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물가지수의 속내를 보면 찜찜한 게 많다. 먼저 비교 시점인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높았던 데 따라 올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다. 정부의 보육비 지원과 무상급식 실시도 영향을 미쳤다. 3월 보육시설 이용료는 1년 전보다 33%, 유치원 납입금은 11%, 학교 급식비도 15% 내렸다. '복지 3종 세트'가 소비자물가지수를 0.5%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런 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3월 물가상승률도 2월과 같은 3.1%였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2%대 물가가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부가 누르고 있는 공공요금과 공산품 가격 인상이 총선 이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앙등에 따라 지난 2월 수입물가(5.2%)와 생산자물가(3.5%) 상승률이 높았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보조금 지급이 물가지수를 끌어내리는 식의 통계 작성 방식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어린이집 보육료가 실제로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정부 지원분만큼 가계 부담은 줄어 물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뿐이다. 보육료와 무관한 가정도 많다. 이 경우 해당 항목을 조사 항목에서 빼거나 지수의 가중치를 낮춰야지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며 즐기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통계 착시는 곳곳에서 체감지수와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 3월에도 무역흑자를 냈다지만 수출ㆍ수입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수출 감소율이 수입 감소율보다 큰 불황형 흑자다. 지난해 국민소득이 계속 2만달러대를 유지했다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절상에 따른 뻥튀기 효과가 컸다.
행여 양대 선거를 의식한 정부가 겉으로 나타난 그럴싸한 수치를 근거로 경제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정책을 짜고 집행할까 걱정된다. 정부는 착시효과를 걷어낸 참 수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물가를 포함한 경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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