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潛龍들 ⑥ | 제이엠아이(주)
여기 한 송이 장미꽃이 있다. 가시 돋친 줄기를 볼 것인가, 화려한 꽃잎을 볼 것인가. 정윤대 JMI 대표는 새빨간 꽃잎에 눈길을 주라고 얘기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어떻든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라는 의미다. 아니,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더 그래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위기다. JMI가 창립 이래 두 번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CD·DVD 공급 사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JMI가 최근 들어 LED조명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도 시도한 사업이 여러 개다. 결과는 반반이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모르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위기다. 유독 많은 변곡점을 그린 JMI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경쟁력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는 몇 가지 잣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유일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느냐’가 아닐까. JMI는 국내 유일의 MS(Micro soft)社 AR(Authorized Replicator)기업이다. ‘AR’은 정식복제를 의미한다.
1993년. JMI의 기본 사업은 MS의 운영체제인 윈도(Window)를 디스크에 담아 컴퓨터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영업의 막을 성공적으로 올린 JMI는 디스크 공급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MS의 각종 사용설명서를 인쇄하고 마우스, 키보드를 어셈블리 키드(Assembly kit)로 묶어 함께 공급했다.
JMI는 1976년 설립된 ‘정문출판’을 모태로 한다. 앞서 사용설명서 인쇄 사업에 차질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정문출판의 설립자는 정윤대 JMI 대표의 큰형인 정광훈 회장. 정 회장은 ‘정문출판’을 운영하다 1993년 ‘정문정보’를 창업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 동안에 정 대표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1989년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부품구매업무를 약 10년 동안 담당했다.
그러던 2000년, 정 회장의 부름을 받고 JMI에 입사, 2004년에 대표이사로 부임하게 됐다. ‘JMI’는 정 대표가 정문정보(Jeong Moon Information)의 머리말을 따 지은 이름이다.
한때 MS 운영체제 단독 보급 업체로 명성
설립당시에는 MS의 운영체제 복제사업이 회사 매출을 책임지던 효자였다. 그러나 끝이 없는 게 어디 있겠는가. 디스크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각종 PC메이커들이 원가절감에 들어가면서 기존에 인쇄하던 설명서 수요마저 줄어들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신성장동력으로 택한 것이 ‘위성 셋톱박스’사업이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적 악화는 자연스레 뒤따랐다. MS 운영체제 사업 이후 한동안 고전하나 싶었다.
돌파구 마련에 성공하는 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SMT사업으로 제1의 도약기를 맞이한 것이다. SMT(Surface Mounting Technology)는 ‘표면 실장 기술’. 다시 말해, 인쇄회로기판위에 납을 인쇄하여 직접회로 자재를 실장하는 기술이다. SMT 생산 라인 중, 반도체, LCD, LED 부분이 2002년 설립된 중국 쑤저우에 위치해 있는데(정문전자유한공사(JME)), 주요제품으로는 TV나 모니터에 장착되는 LCD PBA(전자회로기판), 컴퓨터 내 메모리모듈, LED 바(Bar) 등이 있다.
정 대표는 “주 고객은 삼성전자로, JMI 전체 매출액에서 SMT 사업영역의 비중이 가장 크다”면서 “내년에는 이 부분의 매출이 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언급했다. JMI는 1993년부터 삼성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쑤저우 JME의 경우, 2010년 삼성전자의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SMT 사업과 관련해 “‘장비’하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고의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JMI는 쑤저우 이외에도 중국 위해를 비롯하여 현재 5개의 해외 법인을 더 두고 있다. 그 중 미국과 멕시코, 유럽(슬로바키아, 루마니아)은 CD와 사출(寫出), 인쇄사업을 위주로 하며 전자제품의 액세서리 또한 취급하고 있다. 총 6개 법인 중 쑤저우 공장은 임직원 약 2000명을 두고 있어 규모가 가장 크다.
사업영역 다양화 속 LED 부분 비중 높여
JMI는 좋게 말하면 도량이 큰 기업이다. 고집스레 한 우물만 파는 것을 택하기보다 외부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여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잡는다. 정 대표는 “주요 협력업체가 대기업이다 보니, 그들의 요구와 소비자의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사업 영역확보로 발 빠른 대응마련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JMI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만 해도 다섯 손가락으로 다 꼽기 힘들 정도다.
한 예로, 최근에는 학교 폭력 및 성범죄 등의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학교 안전 강화사업에 뛰어들었다. KT의 통신망을 이용한 CCTV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게 사업의 골자다. 정 대표는 “학내 출입자 관리 및 전송, RFID카드를 활용한 건물 내 외부인 출입 통제에서부터 CCTV 모니터링 등 학생 안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적용된 초등학교만 70~80개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다. ‘태양광 발전 설치’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는 아직 초기 상태인지라 눈에 띄는 실적은 없는 상태다. 정 대표는 이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요구에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올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초기인지라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백업 배터리 부품도 개발했다. ‘개스킷(Gasket)’이 바로 그것. 투자금만 10억 원에 달한다. 개스킷은 새끼손톱을 잘라낸 정도의 크기로, 얼핏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데 이를 현재까지 일본에서 전량 독점 공급하고 있었단다. 정 대표는 “사출물이 성형되는 구조가 역구배(逆勾配)라, 단순해 보이지만 공정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JMI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개스킷은 이르면 올 5월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개스킷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수입을 해 오던 일본에다 역으로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JMI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상태다. 향후 어느 분야든 최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러 분야를 출발선에 대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력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정 대표가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LED사업’. JMI은 2009년부터 LED관련 특허를 확보하기도 했다. 현재 JMI의 LED는 아파트, 주차장, 공장 등에 납품, 설치되고 있다. 단순히 LED를 납품하고 설치하는 게 아니다.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택한 것이 ‘에스코(ESCO: Energy Saving Company)사업’이다.
에스코 사업 방식은 이렇다. 에스코로 지정받은 에너지 전문업체(JMI)가 예컨대, A라는 곳에 에너지 절약시설을 적용한다고 치자. 우선, JMI는 A로 부터 시설과 관련한 어떤 비용도 받지 않고 전액을 투자한다. 그러면 A는 향후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예산에서 투자비를 분할 상환하면 된다.
정 대표는 “에스코사업에 필요한 LED 조명을 생산하고 사업에 관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JMI는 에스코 사업 뿐 만 아니라 LED TV의 수요에 따라 LED 내부에 장착되는 전자회로, LED 바를 생산하여 납품하는 등 LED 분야에 대한 영역을 점차 다져나가고 있다.
2012년은 위기-재도약 ‘터닝포인트’
정 대표가 처음 JMI에 발 디뎠을 때는 MS의 운영체제 관련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해외법인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기존 사업영역에 더해 LCD 내장 부품, 반도체 모듈, 반도체 패키지, LED조명 등 아이템이 다양해졌다. 또, 미국, 멕시코, 중국, 유럽, 등에 해외법인이 생기는 등 글로벌화 됐다.
정 대표는 그간 JMI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첫 번째 위기를 떠올렸다. 첫 위기는 ‘위성 셋톱박스’와 함께 찾아왔다. 정 대표는 “취임 전부터 진행되던 셋톱박스 사업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취임하자마자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무지막지한 재고를 짊어져야 했다. 허나 계속 짊어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재고와 정면으로 승부했다. 털어내고 가볍게 다시 시작하자는 차원이었다. 뒤이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해외자금 유치를 통해 숨통을 트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시 일어서는 데는 정광훈 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나침반 역할을 했다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JMI의 두 번째 위기는 다름 아닌 올해다. 정 대표는 “작년 영업 경상손실이 20억에 이른다”면서 “이에 따라 올해를 두 번째 위기로 보고 있으며, 헤쳐 나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 놓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본격적인 ‘입질’이 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초심을 지켜가기 위해 정문출판 당시 사용하던 인쇄판과 롤러를 유리관 안에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다.
JMI는 현재 여러 종류의 씨를 흩뿌려 놓고 싹이 돋아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정 대표는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싹이 틀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바람 끝에 희망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에는 ‘본사이전’이라는 거사도 앞두고 있다. 현재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 위치한 본사가 11월이 되면 제 2신도시로 이전한다.
이에 따라 100억 상당의 5000평 토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입주 직후에는 2500평의 면적을 사용하게 되지만 공장 용적률(250%)에 따라 차후 1만2500평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정 대표는 이전을 앞두고도 생각이 많다. 현재까지 그려놓은 다양한 사업 내용을 1만2500평 공간에 고스란히 옮기고 싶은 마음이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JMI는, 이를 테면 관객들의 ‘커튼콜’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있지만 박수갈채를 받으며 재기할 날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가 변수다. JMI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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