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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대로 썩은 환경공단 입찰비리..45명 적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한국환경공단이 공사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공단 고위 임원과 설계 심의위원, 업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문찬석 부장검사)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턴키공사)에서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뇌물과 함께 청탁을 받은 공단 설계분과 심의위원 23명 등 총 25명을 입건하고 이 중 1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뇌물을 건넨 업체 관계자 등 30명은 불구속 기소처리됐다.

환경공단에서 발주하는 '턴키공사'는 전체 사업규모가 2년간 약 1조940억원에 이른다. 1건당 사업비도 150억~2000억원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사업이다.


검찰은 2010년 5월~2011년 12월까지 활동한 한국환경공단 설계분과 심의위원 총 5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입찰참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문찬석 부장검사는 "이번에 발표한 환경공단 비리수사는 진행중인 사안으로 전체 50명의 심의위원 모두를 조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진전돼 뇌물수수 혐의가 밝혀질 경우 심의위원이 추가로 입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입건된 23명의 심의위원은 특허청 서기관, 국립대 교수, 환경공단 간부, 시청 전·현직 공무원들로 입찰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건설업체들은 심의위원 후보자 50명 전원의 출신학교, 집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신상을 파악한 후 인맥 등을 바탕으로 개개인에 대한 영업담당자를 지정해 1대1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위원 후보자를 담당하는 업체직원들은 매월 수회 이상 접촉해 식사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조직적인 로비를 한 점도 포착됐다.


공단 퇴직자의 경우에는 로비창구로 활용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본부장으로 퇴직한 김모씨의 경우에는 관련업체의 임원으로 채용된 뒤 공단 임직원에 대한 금품을 제공할 경우 창구 역할로 도움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매수된 심의위원은 입찰과정에서 금품제공업체에 1등 점수를 부여해 유리한 심사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설치사업 공사'에서는 참여한 12명의 심의위원 중 A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3명이 모두 A업체에 1등 점수를 줬다. B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3명도 해당업체에 1등 점수를 부여했다. C업체를 1등으로 선정한 6명 중 2명은 C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2명도 해당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지 않은 심의위원은 12명 중 단 2명에 불과한 셈이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턴키공사 입찰이 사실상 '설계평가능력'에 의해 수주업체가 결정되는데 건설업체들이 심의위원 후보자 50명 전원을 사전에 관리해 로비를 펼쳤다"며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건설업체와 공무원인 심의위원들의 비리로 국가 예산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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