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특허전을 치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자사 소속 변호사를 서로 상대방 사무실에 파견했다. 양측은 소송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협상을 도출하기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측 변호사가 미국 애플 사무실을 방문해 특허 소송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 중이다. 애플측 변호사도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특허 관련 쟁점을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의 허점을 찾아내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조치"라며 "특허 소송 과정에서 일어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본안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증거를 보다 폭넓게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다래의 조용식 변호사는 "소송 중인 상대방의 사무실에 변호사를 파견해 관련 쟁점을 챙기는 것은 미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정보 수집 절차 중 하나"라며 "자기의 정보만으로는 소송을 준비하는데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 진행 과정에서 상대측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증거 보전 절차를 통해 상대측 사무실을 방문해 정보를 수집할 수는 있으나 흔하지 않다. 조 변호사는 "미국에서 일반적인 과정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소송 중인 과정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수특허법률사무소의 정동준 변리사는 "보안의 우려로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대방의 무기를 잘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협상을 염두에 두고 소모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변리사는 "특허 소송과 별개로 협상을 진행하며 양사가 소송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양사는 1년째 '주거니 받거니'하며 지리한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양측간 격전이 승자없는 게임으로 전개되면서 소모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와 애플이 독일에서 상대방을 피고로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패소한 데 이어 네덜란드 법원도 원고인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지리한 싸움 중에 오히려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방의 회사를 방문해 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하다 보면 유리한 점 뿐만 아니라 불리한 점도 발견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오히려 협상을 앞당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의 합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달초 미국 다우존스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을 마무리짓고 로열티 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1대당 5~15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특허 소송 업계 전문가는 "상대방의 방문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로도 소송 본격화보다는 협상을 강화하고 있다는데 힘을 실어준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상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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