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가 전세계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유럽연합(EU)이 유럽 지역에 취항하는 항공기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이 반발하며 유럽의 항공업계까지 곤란한 처지에 놓은 것.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와 항공사들은 탄소세 때문에 중국에서 받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주문과 이에 따른 2000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어버스를 포함한 유럽의 주요 7개 항공사는 EU의 탄소세 도입이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의 무역 분쟁을 일으켜 유럽 항공업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내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유럽 내 27개 나라에 취항하는 항공기에 대해 지난 1월 1일부터 탄소세를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유럽을 오가는 항공사들은 탄소 배출량 기준을 초과할 경우, 이산화탄소 1톤당 우리나라 돈 2만5000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한다.
에어버스 등에 따르면 중국 3대 국영 항공사 에어 차이나, 차이나 이스턴, 하이난 에어라인은 EU의 탄소세 도입에 반발하며 120억 달러 규모의 A330 기종 45대 구입 계약을 보류하고 있다.
유럽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도 신규 항공기 구매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버스 대변인도 당초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됐던 탄소세가 무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프랑수아 피용 총리,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탄소세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토로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톰 엔더스가 주도했으며 브리티시 에어웨이, 버진 애틀랜틱, 루프트한자, 에어 프랑스, 에어 베를린, 이베리아 CEO와, 프랑스의 대형 항공엔진 제작사 사프란과 독일의 MTU 사장도 참여했다.
EU의 탄소세 부과가 항공사들이 유럽 이외 지역을 비행할 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에어버스는 탄소세 도입을 전세계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연기해달라고 촉구했다.
EU 주재 중국 대사 우 하이둥도 지난주 "EU의 탄소세 도입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하지만 EU측은 탄소세 부과로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줄일 수 있다며 탄소세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EU는 "탄소세로 항공사들의 추가 부담할 비용이 장거리 노선 왕복 비행의 기준 승객 1인당 항공사별로 4~24유로에 불과하다"며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정도의 비용은 감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