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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이한 일조권 규정 처리에 '국민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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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정부의 준주거지역 일조권 적용 지침이 국민적 혼선을 주고 있다.


법제처가 준주거지역에 대해 일반주거지역처럼 일조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한 데 이어 국토해양부가 이 내용을 그대로 전국 지자체에 전달해서다.

법제처는 지난해 말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소재한 부산검찰청이 인근 준주거지역에 건립하려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일조권 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국토해양부의 역할이다. 국토부는 일조권이 법규정으로 도입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껏 준주거지역에 대한 적용여부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린 후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파장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지자체들에게 유권해석을 적용하라는 짤막한 공문을 돌린 것뿐이다.

이같은 국토부의 조치에 적잖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일조권이 적용되는 용도지구가 추가된다는 사실이 공론화 과정이 없이 시행돼버린 탓이다. 건축허가나 사업승인 등을 준비하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일조권이 적용된다는 것은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조권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연속 2시간, 간헐적으로 4시간 햇빛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인해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은 기존 건축물의 절반 높이만큼 거리를 띄워야 한다.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새로 들어서는 건축물은 정북방향에 들어선 건축물의 일조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층고가 낮아져야 한다.


특히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해당 사업자가 국토부에 두 번의 질의를 통해 준주거지역내에서 일조권 규제를 받는지를 확인했는 데도 안일한 자세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두번의 질의에 대해 모두 '정북방향 일조권은 전용 및 일반주거지역에만 적용되고, 준주거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국토부는 법제처가 전혀 다른 유권해석을 내린 부분에 대해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기존과 전혀 다른 해석인 데다 건물신축 추진 주체들에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다. 하지만 국토부는 법제처의 해석을 지자체에 전달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조문 하나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준주거지역을 일조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관련 법개정을 입법예고 하는 등 혼선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의 여파가 가라앉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준주거지역 일조권을 둘러싼 지자체들의 건축허가 과정에서의 논란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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