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아니나 다를까.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농협중앙회의 신경(신용ㆍ경제) 분리 개편에 따라 2일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 두 곳에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들이 임원에 임명됐다.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당일 첫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 부원장에서 퇴임한 지 1년밖에 안 된 이장영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적 배경인 TK(대구ㆍ경북) 출신으로 2008년 금감원 부원장에 임명될 때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사람이다.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금감원에서 비은행감독2국장 등을 지내고 퇴직한 뒤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으로 있던 이용찬 씨에게 상근 감사위원 직을 주었다. 농협생명보험은 금감원에서 보험조사실장 등을 지낸 뒤 여신금융협회 상무이사로 있던 이상덕 씨를 상근 감사 자리에 앉혔다.
세 사람의 업무 능력과 전문경력 여하와 무관하게 이런 인사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신경 분리를 놓고 농협이 내건 '51년 만의 개혁'이란 구호가 무색하다. 농협은 "선진 금융기법을 잘 알고 검사 경험도 있는 분들을 삼고초려해 모셔왔다"고 설명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세 사람 모두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농민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농협에 금감원이 밥그릇의 교두보를 확보한 격이 아닌가.
게다가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한 지 2년 뒤에는 금융회사 취업이 허용되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전ㆍ현직 모두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지 1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금감원은 '언행 불일치'나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판에 설득력 있는 변명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누가 봐도 금감원 측의 입김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낙하산 인사'이며, 감독기관과 피감회사가 퇴직 후 일자리와 로비 창구를 주고받은 '회전문 인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감독을 받아 온 농협의 금융 부문은 지주회사 체제로 새출발하면서 정식으로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 됐다. 이번 낙하산 인사는 농협금융지주의 경영과 금감원의 감독 업무 양쪽 모두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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