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SUV)에 대한 중국인들의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성숙단계에 돌입하면서 세단에 대한 절대적인 선호를 보였던 중국인들이 점차 SUV 구매를 늘리고 있다. 벤츠, 랜드로버 등 외국 자동차메이커들도 중국시장을 겨냥해 SUV 출시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다.
지난 2005년 전만 해도 중국 거리에 값싼 해치백이나 검은색 세단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확 바뀌어져서 대당 50만달러(5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오프로드 차량인 레인지로버, ML350 등 대형 SUV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은 210만대의 SUV 구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3% 증감한 수치다. 미국시장과 비교해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410만 대의 SUV가 판매돼 총 자동차 판매량의 32%를 차지했다.
이처럼 SUV가 각광을 받는데 중국 자동차 시장이 이젠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벤츠, BMW 등 해외 고급브랜드의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해 벤츠는 5만4000대의 SUV를 중국시장에서 판매를 해 전체 판매량의 27%를 차지했다. 2007년과 비교해 거의 2배로 증가한 수치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기업인 시너지스틱스 윌리암 루쏘 대표는 “중국에서 SUV는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차종”이며 “제조사들도 SUV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점점 더 SUV를 모는 중국인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단에 비해 상대적인 고가인 SUV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돈 많은 젊은 중국인들이 늘면서다. 이들은 출퇴근용 외에도 레저활동에 적합한 SUV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랜드로버 딜러는 “2005년 한 달에 4대정도 팔았던 랜드로버차량을 현재는 9, 10대정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전만해도 중년 이상의 사업가가 랜드로버를 구매했지만 점차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지금은 30대의 교수, 회계사, 엔지니어 등 전문직 종사자들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JD파워에 따르면, SUV를 운전하는 중국 여성들도 늘고 있다. 대부분 젊은 전문직 종사자로 2007년 14%에서 2011년 1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운전자의 경우 고가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는 생각과 세단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좌석 위치로 운전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SUV를 선택하고 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위치는 매우 협소하다. 대신 소형차 부문에는 현대와 일본차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독일차들은 럭셔리 부문을 거의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고가의 럭셔리 SUV시장이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럭셔리 SUV는 총 28만5704대가 팔렸는데, 2009년과 비교해 무려 4배나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 고급차 브랜드들인 SUV제조 라인을 중국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우디는 조만간 장천에서 SUV ‘Q3’를 제조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에서 제조된 벤츠 GLKs, BMW의 X1 등은 가장 많이 팔린 차량 가운데 하나이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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