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46초

코스닥의 潛龍들 ① 에스텍 파마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에스텍 파마의 공장 내부. 생산이 한창이다.
AD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화학실험실로 꾸며놓은 조그만 옆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져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다. “어쩌다가 화학업계에 발을 내딛게 됐냐”는 질문에 김재철 에스텍파마 대표는 느닷없이 ‘데미안’ 얘기를 꺼냈다. 중고등학교 때 문학에 심취했던 김 대표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특히 좋아했다. 작품 속 주인공이 화학실험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자 그의 감수성이 일종의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이거다 싶었다. 2011년 기준, 매출액 560억원을 달성한 글로벌 제약기업 ‘에스텍파마’는
이처럼 소설의 한 구절에서 출발했다.

‘에스텍파마’는 의약품의 원료(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를 생산하는 회사다. 자동차로 따지면 부품회사 정도로 보면 된다. 김재철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곧장 의약품 회사에 취직했다. 첫 회사에서부터 API 연구원으로 일했다. 외도없이 한길을 걸어온 셈이다. 때문에 의약품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API는 기술 수준에 따라 생산난이도가 상중하로 나뉘는데, 에스텍파마는 그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약품만을 취급한다. 김 대표는 “기술 장벽이 낮으면 경쟁력이 너무 치열해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기술 장벽이 높으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뼛속까지’ 화학인이었던 김 대표에게 자신감은 가장 큰 밑천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술장벽이 높은 약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았다. 1997년만 해도 당시 국내에서는 모든 빈혈치료제가 수입품이었다. 빈혈치료제 시장이 부쩍 커지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산제품이 없다는 사실이 김 대표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개발하겠다’는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초창기 때 김 대표는 생산은 물론이고 영업 및 자금조달까지 도맡아 했다. 거기다 연구까지 병행하자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연구실에서 쪽잠을 잤다. 그러다 실마리가 스치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기를 수십일. 화학반응은 쉬이 오지 않았다. ‘유럽회사(UCB제약)에서는 이미 개발한 약품인데’하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 좀 더 치열하고 냉정하게 다가갔다. 역시 화학은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단초로 방향을 설정하고, 공식에 대입하니 꼬물꼬물 화학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해답을 손에 들고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빈혈 치료제 독자개발… 35개국 120여 거래처 확보
15년이 흐른 지금. 에스텍파마의 빈혈치료제는 국내 시판뿐 만아니라 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빈혈치료제를 생산하던 UCB제약과는 작년에 CMO(의약품 생산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UCB제약 측에서 중국에 판매하고 있는 빈혈치료제원료를 전량 에스텍파마의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 대표는 “에스텍파마의 품질 및 기술력을 UCB제약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중국시장을 필두로 유럽시장도 점진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빈혈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UCB제약과 에스텍파마에서만 개발한다. 그런 UCB제약 측에서 에스텍파마의 기술력을 인정했으니 실은 왕좌에 등극한 것과 마찬가지다.


에스텍파마는 이 외에도 약 50종의 의약품을 생산중이다. 정기적으로 30여종을 생산하며 나머지는 주문생산분이다. 수입대체, 내지는 내수제품 위주로 개발하다가 2008년부터는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꾀했다. 사실 물밑작업은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는 “국내 제약시장에서 수입제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진출을 위한 여건은 충분하지 않았다.


당시 수출을 상담했던 컨설턴트는 “이 공장에서 어떻게 수출을 하려고 하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생산, 연구, 품질 파트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면서 “비록 여건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절실하게 매진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빈틈이 있었기에 서로간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현재 에스텍파마는 전 세계 35개국에서 120여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그 중 일본 수출 비중은 약 80%로 다소 높다. 올해는 수출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유럽과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 또한 수출 등록 과정에 있다. 2~3년 이후에는 중국, 미국뿐 아니라 신흥시장인 중동시장까지 점유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3~4년 뒤에는 수출시장이 굉장히 다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NH증권 고성진 연구원은 “에스텍파마는 수출이 전체 매출액의 약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매출 성장률 약 36%를 실현했다”면서 “향후 글로벌 제네릭(Generic: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성장과 에스텍파마 제품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에 따른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가 인하 악재에도 견조한 주가 유지 뚝심
최근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로 인해 떠들썩하다. 복지부에서 제약회사가 병원에 공급하는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제약회사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예상보다 높은 인하율 탓에 제약업계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을 다소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품의 특이성이 없는 제약회사의 경우에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제의약품 가격이 내려가면 자연히 API업계 또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수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시장 비중이 1/4정도이기 때문에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며, 완제품값이 떨어지면 원료 또한 가격인하의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인하율이 제약회사에서 흡수돼 내려오기 때문에 압박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김재철 대표와 에스텍파마 직원들.


실제로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에스텍파마의 주가는 견고한 편이다. 김 대표는 “시가총액이 크지 않음에도 작년하반기 여러 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본사의 주식을 매수했고 증권사 애널의 분석 종목으로도 편입됐다”고 언급했다. 에스텍파마의 주가는 작년 3000~4000원에서 현재 8000원대로 급등했다.


NH증권 고성진 연구원은 “에스텍파마는 품질 및 가격경쟁력 기반의 수출 위주 전략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중장기 고성장성, 경기방어적인 안정적인 비즈니스, 저평가 밸류에이션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완제의약품 시장서도 제2의 돌풍 준비
국제수준의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안산 공장 이외에 2008년에는 화성에도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증축중인 B동을 제외하고도 투자 규모는 땅값을 포함해 3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설비 투자를 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판단했다.


투자를 결정했던 2006년, 매출액이 200억이 채 안됐던 지라 주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판단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 무리한 투자 아니냐”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직원들의 우려가 컸다. 그러나 기우였다. 새 공장 가동 이래 매출액이 3배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올 하반기에는 B동(생산동)이 가동할 채비를 마친다. 김 대표는 “B동 가동이 시작되면 내년부터는 좀 더 본격적인 투자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3000평이 넘는 화성공장의 길 건너에는 공장부지 보다 20% 가량 더 넓은 땅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 부지에도 공장이 올라간다. 내년에 설계에 들어가 빠르면 내후년 착공한다.


새 공장은 에스텍파마의 신규사업을 위한 투자다. 신규사업으로는 프리필드시린지(Pre-Filled Syringe 이하 PFS)를 준비 중이다. 이는 약물이 미리 투여된 주사로, 기존 주사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의료사고를 현저히 감소시킨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좀 더 하이엔드에 가까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신규사업관련, MRI 조영제 원료의약품 상위 4개 제품에 대한 제품개발이 완료된 상태”라면서 “현재 대용량 PFS 경쟁사가 없으므로 시장 주도가 가능할 것”고 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에 조영제 주사제 시장 중 PFS는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API에서 나아가 완제품 시장 또한 점하겠다는 포부다.


‘에스텍 기질’, 널리 퍼지길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혈전치료제’ 개발을 끝냈을 때다. 국내 시장 공급을 앞두고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수께끼처럼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풍랑을 만나자 힘에 겨웠던 직원들은 짐을 쌌고, 김 대표와 창립 멤버인 직원, 단 둘만 남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번듯한 공장도 없었다.

[클럽 A]신약개발 작은巨人… 해외에서 더 명성 2008년 설립된 3400평 규모의 화성 공장.


열악한 임대 공장이라 겨울이 되면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도관이 얼었고, 물이 나오지 않아 작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어느 날 출근한 김 대표는 직원이 언 수도관을 가스토치로 일일이 녹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김 대표는 “에스텍파마가 현재에 이르는 데 가장 큰 성장동력 중 하나가 ‘사람’”이라면서 에스텍파마를 ‘사람 중심의 회사’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사람’이란, 직원 뿐만 아니라 주주, 협력파트너, 고객사까지 아우른다. 실제로 해외협력사들에게는 ‘약속 잘 지키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한, 평소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사내에는 운동 동호회가 활성화 돼있다. 직원들과 함께 동호회 활동을 즐기며 잦은 대화를 하는 것도 김 대표가 중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에스텍파마 직원들은 ‘끈기 있게 도전하며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을 ‘에스텍 기질’이라고 일컫는다. 김 대표는 이러한 기질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중소기업지원센터 임원으로도 활동 중인 김 대표는 후배 벤처기업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을 하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그 역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면서 “앞으로도 라이센싱 알선 및 건의를 통해 후배 벤처기업 양성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