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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자들, 본업은 뒷전...'불꺼진 아파트' 팔기 혈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2초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중개업자 K씨는 요즘 '불 꺼진 아파트'(준공 후 미분양) 판매가 주업이 됐다. K씨는 용인 구갈 인근에서 3년째 불꺼진 아파트를 팔고 있다. K씨가 현재 분양중인 아파트는 워크아웃중인 J건설의 'L아파트'다. L 아파트는 지난 2009년 입주를 시작했으나 총 1051가구 중 100여가구가 3년째 미분양 상태다. K씨는 평형별로 한 건당 1000만∼2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에게는 아파트 매매 및 전세거래는 뒷전이다.


J건설은 판촉에 골머리를 앓다가 몇 채씩 인근 중개업자들에게 분양대행을 맡긴 상태다. 각종 비용 및 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중개업자들은 전세나 매매를 찾는 사람도 없고, 매물도 없어 아예 미분양아파트 알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아파트 49평형 분양가는 4억4000만원. 이는 최초 분양가보다 3.3㎡ 당 200만원 가량 할인된 가격이다. 신용도에 따라 제2 금융권을 포함, 3억6000만원까지도 담보대출이 이뤄진다.

분당 및 용인 일대에는 불꺼진 아파트 판촉에 나선 중개업자들의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펄럭인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지역도 나아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나 평택, 오산 등지에도 불꺼진 아파트를 팔기 위한 판촉이 요란하다. 중개업자들이나 미분양 털이 전문업체들이 불꺼진 아파트를 파느라 분주한 때문이다.


이처럼 주택업체들로서는 불꺼진 아파트 앞에 무릎 꿇었다고 할만큼 참담한 상황이다. 게다가 해법도 없다. 단 하나 가격을 더 낮추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분양 해소 위한 해법도 고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불 꺼진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 조사결과 전국적으로 3만881가구다. 이 중 수도권이 9972가구, 지방 2만909가구가 남아 있다. 이 수치는 전월대비 1172가구가 줄어든 것으로 수도권 241가구, 지방 931가구로 나타났다. 연말의 소진 속도가 이어진다고 할 때 수도권의 경우 4년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다.


전체 미분양아파트 중 '불꺼진 아파트'는 ▲ 2009년 3월 31.2% ▲ 2009년 10월 40.29% ▲ 2010년 10월 48.3% ▲ 2011년 3월 54% ▲ 2011년 10월 49.6% 였으며 수도권의 경우는 ▲ 2009년 3월 7.2% ▲ 2010년 3월 15.54% ▲ 2011년 3월 34.3% ▲ 2011년 10월 36%를 기록했다. 따라서 지난해 연말 수도권 시장에서 불꺼진 아파트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이사는 "최근 미분양 및 준공후 미분아파트 감소는 신규 공급 조절, 분양가 할인 등 마케팅의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대한주택보증 등에서 미분양아파트 구입, 각종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진행됐지만 이젠 그마저 사라져 더욱 참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불 꺼진 아파트에 잠긴 비용이 주로 중대형에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 7조∼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주택업체들은 불 꺼진 아파트가 골칫덩이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고민중이다. 올해 들어 미분양아파트 구입에 주어졌던 세제 등의 혜택이 모두 사라졌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분양가를 할인해 임대사업자 등에 여러 채를 한번에 파는 식으로 추가 수요자들이 겨냥한 마케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유한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은 주로 도심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구입에 집중하는 편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분양가 할인 등 각종 서비스 강화= 불꺼진 아파트는 지금 주택시장에서 표류하는 난파선과 같다. 시장 양극화 및 신규 공급, 시장 순환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할만큼 했다. 여러차례 미분양해소책 등 각종 혜택도 줬다. 미분양아파트는 민간업체들의 고분양가가 원인인 만큼 탐욕을 줄여야한다. 사업 책임은 당연히 민간 스스로 져야한다. 지금으로서는 추가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택업체들도 분양가 할인, 새시 등 서비스품목 확대, 무이자융자 등 각종 혜택을 제공,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주택업체들도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 외에 해소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다. 실례로 수도권지역에서 분양가의 40%까지 할인한 아파트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업체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고양시에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 사업 정산을 마무리하지 못 했지만 이미 적자가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리츠 등에 가격을 낮춰 물량 전체를 내놓는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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