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경계.."안주 말고 혁신하라" 당부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에 눌리고 중국에 쫓기는 한국의 위치를 표현한 '샌드위치 론'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는 샌드위치 론의 바탕인 제조 기반의 정보기술(IT) 사업에서 선두에 올랐지만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새로운 경쟁 구도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2012'를 참관한 뒤 "TV나 갤럭시폰 같은 시장을 선도할 만한 핵심 제품이 몇몇 개 있다"며 "이런 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깊이, 더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힘이 좀 빠졌고 중국은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며 샌드위치 게임에서 승자로 올라섰음을 밝혔다. 하지만 "정말 앞으로 몇 년, 십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진다"며 "선진국을 따라가고, 우리가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새로운 변화를 역설한 까닭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전자 산업의 구조가 콘텐츠와 서비스, 바이오, 자동차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삼성의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CES에서 삼성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소니는 하드웨어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콘텐츠 중심의 신개념 기기들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서비스 기업인 구글과 애플은 구글 TV와 애플TV를 통해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고 칩 제조사인 퀄컴 역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진입을 타진하는 등 경쟁의 경계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해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서 소프트웨어와 신수종 등 미래 전략 사업을 이끌만한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라는 것이 이 회장의 주문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사업의 기본이라는 것이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하고, 깊이 들어가야 되는 것이지만 이제 이 정도 가지고도 안 된다"며 "더 깊이 미래를 직시하고, 더 멀리 보고, 더 기술을 완벽하게 가야 한다"고 이야기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시회 출발 전 언급한 '달라진 삼성의 위상'에 대한 고민도 영역을 넘어선 시장과 기술의 선도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찾아달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사장들과 여러 차례 긴 시간의 미팅을 가졌다고 밝힌 이 회장은 "미래에 대해서 충실하게 생각하고 상상력, 창의력을 활용해서 힘 있게 나아가자는 것이 구호"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 회장은 'CES 2012' 참관 다음날인 13일(현지시간) 일본으로 떠났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CES 2012 참관을 마친 다음날 일본으로 떠나 이후 출장 일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식적인 일정 없이 일본에서 주요 경제단체 대표와 협력사 관계자, 지인들을 만나며 올 한해 경영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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