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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나는 <무한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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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나는 <무한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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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무한도전> TV’로 하루 치 프로그램을 죄다 패러디한 게 2009년이니, <무한도전>이 다른 프로그램을 패러디했다는 게 뉴스거리가 될 시점은 이미 지났다. ‘나름 가수다’ 특집에서 흥미로운 점은, 원전인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포맷을 거의 손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연 방식과 세트는 물론, 편집 리듬까지 ‘나름 가수다’는 ‘나가수’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리고 그럼에도 <무한도전>의 색깔은 바래지 않는다. 진심을 강조하는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나, 진지하고 과감한 도전을 감행한 정형돈의 ‘영계백숙’, 피나는 노력으로 어떻게든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유재석의 ‘더위 먹은 갈매기’,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과시하는 박명수의 ‘광대’처럼, 각자의 캐릭터가 충실히 반영된 무대들은 한데 모여 <무한도전>의 어제와 오늘을 그려 보인다.


앞서 방영된 ‘짝꿍 특집’에서 ‘나름 가수다’로 이어지는 <무한도전>의 일련의 실험을 유심히 볼 이유가 여기 있다. <무한도전>이 패러디한 SBS <짝>과 ‘나가수’는 작년 한 해 이슈의 핵으로 떠오를 만큼 강력한 문법을 지닌 쇼다. 그러나 원전을 비틀어 변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짝꿍 특집’과 ‘나름 가수다’에서 <무한도전>은 원전을 고스란히 가져와 흡수한다. <짝>의 문법 그대로 멤버들 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나가수’의 포맷으로 <무한도전>의 역사를 돌아본다. 방점이 ‘이 프로그램을 <무한도전>이 다시 만들면 어떨까’에서 ‘이 프로그램의 문법으로 <무한도전>을 다시 쓰면 어떨까’로 옮겨 온 것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무한도전>이 정해진 포맷이 없는 쇼이기 때문이다. 반복을 거부하며 매번 포맷을 바꾸는 쇼에서 유일하게 연속성을 지닐 수 있는 건 쇼를 꾸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7년을 계속한 결과 <무한도전>은 멤버들 자체가 쇼가 되는 지점에 도달했고, 멤버들 자체가 쇼이기에 그 어떤 포맷도 비틀지 않고도 자기 식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멤버들이 진지하게 ‘나가수’식 경연을 준비하면 할수록 순도 높은 <무한도전>이 된 것처럼. 그러니 ‘나름 가수다’라는 문장은 사실 이렇게 읽는 게 맞지 않을까. 나는 <무한도전>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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