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명품시계 시중 유통량 적어 중고품 인기
-IWC·롤렉스 등 매년 가격 올라 일반인도 관심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오주연 기자]
샤넬ㆍ루이뷔통ㆍ프라다 등 명품 가방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샤테크'(샤넬과 재테크의 준말)가 유행하자 이제는 '시계테크'까지 등장했다. 시계테크는 유럽이나 해외명품 구매 대행사이트에서 시중가 대비 10~30% 가량 저렴하게 구입한 뒤 일정 기간 차고 중고시장에 되파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1000~2000만원대 이상의 시계들의 경우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오히려 50~200만원씩 차익까지 남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5일 명품 시계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시계테크의 주요 브랜드로 선호되는 제품은 IWCㆍ파네라이ㆍ롤렉스ㆍ브라이틀링ㆍ까르띠에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들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매년 한 두 차례씩 가격 인상을 하기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연식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게 마련. 이에 시계 마니아 사이에서는 해외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국내에서 5~10%가량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그때 중고시장에 처음에 샀던 가격 그대로 내놓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 모씨(30)는 최근 까르띠에 산토스 100 모델을 한 중고샵에 내놨다. 그는 "까르띠에 산토스 100을 2005년 500만원 주고 샀는데 지금은 시중가 750만원이 넘는다"며 "까르띠에는 워낙 국내에서 선호되는 브랜드라 리테일 가격이 높다.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주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기 때문에 중고로 팔아도 이득이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 까르띠에는 지난해 7월 시계 제품에 대해 8% 인상한 바 있다. 매년 가격 조정을 해 온 까르띠에는 올해에도 가격 인상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 마니아 김 모씨(35) 역시 지난해 1200여만원에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제품을 구입, 6개월 정도 찬 뒤 시계 커뮤니티를 통해 1450만원에 내놨다. 워낙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제품이고, 국내에는 소규모만 판매되다보니 중고임에도 웃돈을 주고 시계를 구매하려는 문의가 넘쳤다. 특히 이 시계는 한류스타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씨는 결국 원하는 기간만큼 차고도 25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명품 시계 가격도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2009년 1100만원대였던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세라믹 신제품이 나온 이후 현재 1300만원을 호가한다. 또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는 국내 면세점에서 20%가량 할인해 470만원 정도였지만 시중가는 900~1100만원 사이. 롤렉스도 최근에 2년 사이에 500만원대 시계가 900만원까지 오르는 등 40%이상 올랐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품은 국내 인기가 워낙 높고 신제품 구매 시 일부 대기시간까지 걸리기 때문에 중고시장에 나오는 족족 팔리기 바쁘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까지 고가의 시계가 일부 마니아 사이에만 퍼져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중고 시장에서라도 명품 시계를 갖고 싶어하는 소비 심리와 매번 새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의 소비성향이 맞물려 시계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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