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대변혁을 맞고 있다.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는 분위기다.
집만 봐도 그렇다. 재산적 가치보다 휴식과 보금자리로서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는(buy)' 집에서 '사는(live)' 집으로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 부동산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이에 따른 재테크 전략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에 상식으로 통용되던 '공식'은 이제 시장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집값 불패' 신화는 깨졌고, 매매 값과 전셋값의 동조현상도 사라졌다. 임대시장에서는 전세 대신 월세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임대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이같은 공식 파괴는 특히 서울·수도권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째 주택 매매시장이 장기 침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많이 꺾이면서 주택시장도 구조변화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 수익을 노리는 쪽으로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로 노는 매매-전세시장=몇년 전까지 부동산 공식 가운데 하나는 "전셋값이 뛰면 집값이 따라 오른다"는 것이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셋값이 오르자 곧바로 매매가격이 뒤따라 상승했다. 오른 전셋값에 조금만 더 보태 아예 집을 사자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도 작용했다. 이후에도 전셋값과 매매가격은 서로 밀고 당기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집값 상승기엔 이런 동조화 현상이 더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9년 3월 이후 지난 11월말까지 전셋값은 25.1% 올랐다. 반면 집값 상승률은 1.5%에 그쳤다.
서울 공덕동 H공인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전셋값 오름세가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집값이 얼마나 오르겠느냐며 전세 물건만 찾는다"고 전했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을 사고 팔아 큰돈을 벌기가 어려워지자 전세로 살면서 여윳돈으로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임대시장 '월세'로 중심 이동=주택 임대차시장도 월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집값 상승 때에는 전세를 끼고 모자라는 금액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집값이 약세를 띠면서 이같은 투자 수요가 많이 줄었다. 집주인들도 전세금을 받아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월세로 돌려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얻는 게 더 유리해졌다. 분당 이매동 금강공인 관계자는 "턱없이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월세를 원하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42.8%였던 월세비율이 2020년이면 63.3%로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전세 비중은 57.2%에서 36.7%로 줄 것으로 예측됐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과 금리는 안정된 반면 전셋값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의 확산"이라며 "집값이 약세를 보일 수록 전세에서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현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노후의 안정적인 소득원 발굴이 절실해진 다주택 보유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수익 모델을 월세에서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오피스텔·생활주택 인기 지속될까=최근 부동산시장의 뚜렷한 변화는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집을 사서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던 과거의 투자 마인드는 사라졌다. 자신이 직접 생활하는 주거공간으로서의 집, 시세 차익보다 임대 수익을 겨냥한 투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이런 시각 변화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파트보다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 임대 수익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늘어난 오피스텔 물량만큼 임대 수요도 꾸준히 따라 붙으면서 연일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 수요가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 주택으로 몰린 까닭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노인 가구 및 1~2인 중심의 '소핵 가구' 증가에 따라 앞으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소형주택이 새로운 주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싼 오피스텔 등에 전·월세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정적인 월 수입을 노리고 이들 임대 수익형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 대신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택시장에는 수요자들의 다양한 선호도가 반영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전세난 완화와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점차 풀어가는 추세다.
◆재테크 전략 새로 짜야=수요자들의 선호하는 상품이 바뀌면서 투자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과거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아파트보다 임대수익 등 안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투자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재건축아파트 투자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로또'로 불리던 투자대상 1순위에서 내집 마련 수단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의 배경에는 투자 수익성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 재건축 단지는 각종 규제 완화에도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투자 수익성이 예년만 못한 때문이다.
주택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있고 1~2인 가구 증가로 중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점도 투자재로서의 재건축아파트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시세 차익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방향으로 재건축 투자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익형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가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반짝 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경기 회복 등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면 투자자의 관심은 환금성이 좋고 시세 차익 규모도 큰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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