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책임론' 불거져, 2012년에도 소송폭탄 안고 시작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우리나라 IT업계의 지난 1년은 소송으로 시작해서 소송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로 시작된 글로벌 IT업체들의 소송전은 스마트폰 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전세계 9개 국에서 30여가지의 특허를 놓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인 '갤럭시' 시리즈가 자사 제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 통신기술을 침해했다며 맞소송에 나섰다.
◆애플-삼성 소송비용 무려 2억달러에 달해=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 비용이 무려 2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신제품인 '갤럭시탭10.1'을 판매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도 입었다. HTC의 경우 애플과의 소송에서 진 뒤 미국에 최신 스마트폰을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허전을 고려할 경우 총 비용은 무려 18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와 TV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휴대폰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한해 이익인 15조원 보다 많다.
비단 애플 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굵직굵직한 소송이 벌어지며 IT 업계를 괴롭혔다.
◆KT, 집단 소송으로 LTE 서비스 늦어져=KT는 2세대(2G) 서비스를 종료한 뒤 4세대(4G) 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2G 가입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며 2G 서비스 폐지와 관련한 가처분 소송에 나서며 한때 2G 서비스 종료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결국 항소에서 승소해 KT는 1월 3일부터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지만 투자계획이 뒤로 미뤄지는 등 각종 부작용을 겪었다. 소송도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SK컴즈를 비롯한 포털 및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전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를 중국의 해커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유출하고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가입자들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IT 업계 관계자는 "2011년 한해 IT업체들은 글로벌 소송전을 비롯해 자질 구래한 소송전으로 한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기업끼리의 소송전을 비롯해 각종 행정 소송까지 빈번하게 벌어지며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라 오는 2012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IT 업체 뿐만 아니라 방송 업계 역시 소송으로 얼룩진 한해를 보내야 했다.
◆방송 업계 사분오열, 소송으로 얼룩져=현재 방송 업계는 지상파방송 3사, 케이블TV 업체, IPTV 업체, 위성방송사,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신규 사업자 등으로 사분오열돼 끊임없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방송 3사는 케이블TV 업체를 상대로 지상파 방송사 채널을 무단 송출했다며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케이블TV는 이에 불복하며 오히려 지상파방송 3사가 재전송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결국 케이블TV 업체가 법원 명령 때문이라며 지상파방송사의 HD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여전히 저작권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다시 방송이 중단될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IPTV 업체들은 케이블TV 업체들이 IPTV에 채널 공급을 막아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위성방송사인 스카이라이프는 KT의 IPTV와 위성방송을 결합한 상품 '올레TV 스카이라이프'를 선보인 직후 케이블TV 업체들의 '저가 유료방송' 비난과 함께 소송에 직면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두가지 방송의 결합상품이 방송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KT는 기술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와 방송업계의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행정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인 MBN에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그것이다.
◆2012년에도 '소송' 폭탄 안고 새해 시작=2012년에도 IT업계와 방송 업계는 여전히 '소송'이라는 폭탄을 안고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올해부터 시작된 소송전이 극적으로 타결될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해 시작된 소송 중 대부분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내년에도 장기화된 소송전이 우리나라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방송업계에서 벌어지는 소송의 경우 방통위의 정책적 실패와 연관돼 있어 방통위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