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 한국야쿠르트 차장
이경규에 직접 전화
상품화 제안 산파 역할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올해 라면시장에서는 '하얀 국물' 열풍을 몰고 온 '꼬꼬면'이 단연 화제였다. 개그맨 이경규 씨가 개발한 라면으로 유명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져 나올 수 있기까지에는 이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경규 씨가 '꼬꼬면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면 이 사람은 '꼬꼬면의 산파'로 불려진다. 주인공은 한국야쿠르트의 최용민 F&B마케팅팀 차장(사진)이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렇게까지 대박을 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예상은 '중박' 정도? 맛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라 저도 깜짝 놀랐어요."
지난 14일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난 최 차장은 이 같이 말하며 꼬꼬면의 성공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꼬꼬면은 지난 3월 방송된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 씨가 처음 선보인 후 입소문을 타더니 8월 출시된 이후에는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올해의 빅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조사인 한국야쿠르트는 올 연말까지 꼬꼬면 하나만으로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차장은 당시 진행됐던 라면대회의 심사위원을 맡았었다. 심사할 때는 전혀 사심 없이 심사에만 몰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 3회째가 나간 날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지더라구요.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내가 아니고 다른 회사에서 먼저 손을 쓰면 어쩌지?'였어요. 결국 그 뒤로는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날이 밝자마자 이경규 씨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직접 전화를 걸었지요."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려 통화해 상품화를 제안하자 이경규 씨는 "진짜 될까요?"라고 되물으며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 차장은 자신의 처음 느낌을 믿었다. 특히 맛있다는 점에서는 심사위원 모두 만장일치로 통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었다. 또 회사 내 윗선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이경규 씨와 함께 연구소로 가 시식을 진행하며 맛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보통 한 제품이 탄생하는 데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요. 이 제품은 상품화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연구소는 물론, 자재, 마케팅, 홍보 등 전 부서가 동시에 시작을 했어요. 그만큼 저 혼자만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상품화 이후에는 직접 마트를 돌며 시장 반응을 체크했다. 연일 매진 사례에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번은 마트에서 꼬꼬면이 없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엄마한테 '다음에는 꼭 사줘야 해'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또 어느날 지하철에서는 한 주부가 자녀들에게 '오늘 저녁은 집에서 꼬꼬면 먹을까'라고 말하니 다들 좋다고 하더라구요. 이때 정말 뿌듯한 정도가 아니라 '내가 뭔짓을 하긴 했구나'라고 생각했죠."
이경규 씨와 함께 연일 매스컴을 타면서 이제 그도 유명인이 됐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고 하루는 회식 이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뒤에 앉은 사람이 알아보고 회사 직원에게 연락을 줘 "차장님, 지금 버스에서 졸고 계시다면서요"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꼬꼬면의 등장 이후부터 지금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조만간 F&B사업본부 마케팅1팀장으로 승격되며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을 예정이다. 윗분으로부터 금일봉도 받았다고 살짝 귀띔했다. 또 이경규 씨와는 이제 형, 동생으로 부르며 가끔 소주 한잔을 즐기는 사이로 친해졌다.
"연말이니 경규 형이랑 소주 한잔 해야죠. 이미 만날 약속을 잡아놨어요."
그는 특히 지난 20년 동안 변함이 없던 라면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최 차장은 "다음 성공작에 대한 기대 때문에 즐거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거침없이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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