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변에서 확산되는 것으로 어렴풋이 감지되던 삶에 대한 불안감, 실망감, 좌절감의 실태가 통계로 확인됐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중은 52.8%로 2년 전에 비해 2.1%포인트 축소된 반면 '나는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45.3%로 같은 기간에 2.9%포인트 확대됐다. '일생을 노력하면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는 응답은 28.8%에 그친 반면 '낮다'는 응답은 58.8%로 절반을 넘었다. 자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2년 사이에 긍정적인 응답이 48.4%에서 41.7%로 줄어든 반면 부정적인 응답은 30.8%에서 43.0%로 늘어나 긍정적인 응답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는 주관적인 생각을 물어본 것이니 그 결과의 수치가 우리 사회의 현실 그 자체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대로 '중위 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볼 경우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중산층의 비중이 2000년대의 첫 10년 사이에 60%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55% 전후로 축소됐음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이미 확인된 터였다. 이번 사회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그런 사회에서 떠밀리며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하층민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살게 되지 못하며, 자식들도 별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위험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주로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 폭력적 정변이 일어나고 파시즘이 득세했다.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그로 인해 경제발전이 저해되어 국민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전개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은 올바르고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운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통계청 조사 결과에 내포된 의미를 정부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해서 정부가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절망의 바이러스가 더 확산되는 것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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