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서 계열분리후 행보 고민
연말까지 자율협약 종료 요건 갖춰
'형제경영' 금호家 살릴 수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자율협약 종료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독자생존의 외길을 택할 것인가, 그래도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반회생을 기다릴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금호그룹이 사실상 계열분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금호석유화학의 자율협약 졸업 시기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그동안 '선계열분리 후자율협약 졸업'을 주장해온 박찬구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금호가(家)의 향방이 달렸다.
1일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지분 정리로 인해 계열분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어서 올 연말에 자율협약을 끝낼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결정권을 가진 채권단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룹과 같이 묶어서 정상화하느냐 일부만 따로 할 것이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금호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채결하는 과정에서 자율협약을 맺었다. 당시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에게 자율협약을 종료하는 단서조항으로 경영목표 2년 연속 달성, 부채비율 200% 이하 등 조건을 내걸고 이 가운데 2개만 실현되면 종료키로 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3조9000억여원에 영업이익 3600억여원을 기록하며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고 올해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또 3분기 기준 280%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연말까지 충분히 200% 아래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박찬구 회장이 금호그룹과 따로 떨어져 정상화를 할 것이냐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구·찬구 형제간 갈등이 있기 전 금호그룹은 25년간 의좋은 형제경영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특히 박찬구 회장 역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인해 갈등이 생겼지만 형제의 의를 끊을 수는 없다는 얘기를 주변에 여러차례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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