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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온정만으로..기부만으로..빈곤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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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할까 변소 못가는...

[BOOK]온정만으로..기부만으로..빈곤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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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이런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개발도상국의 여학생 가운데 최대 20%는 화장실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1년에 4번, 각각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나오는 잡지 '컬러스(COLORS)'는 최근 '똥'을 주제로 한 82호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라이베리아에 사는 한 소녀의 일화다.


이 소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볼일을 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기에 소녀는 화장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볼일을 보는 사이에 성폭행을 당하는 게 다반사인 나라였기 때문이다.

'컬러스' 82호에 담긴 '소녀들의 문제'에 따르면,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소녀 1억4000만 명 가운데 4명 중 1명은 성폭행을 당한다. 상당수는 볼일을 보는 사이에 이 같은 피해를 입는다.


14년 동안 계속된 내전을 겪어 온 소녀는 이처럼 무서운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 월경 기간 중에는 생리대를 두 개 준비한 뒤 그 위에 스타킹을 두 겹 입고, 바지와 치마까지 겹쳐 입는 소녀다.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서다.


한 자선 단체가 학교를 지어줬지만 학교 안에 화장실을 만드는 것을 깜빡한 탓에 소녀의 문제는 더 깊어졌다. 배변 욕구를 오랫동안 참는 건 방광을 감염을 시킬 수 있다. 이는 집중력을 해치고, 나아가선 학교 출석률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소녀는 24살이 됐는데도 여전히 초등학생에 머물고 있다.


빈곤은 바로 이런 것이다. 딘 칼런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말하는 빈곤도 같은 모습이다. 칼런 교수는 "빈곤은 그저 음식이 없다거나 머물 곳이 없다거나 약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하루 하루 필요한 것들이 계속 없다는 얘기"라며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빈곤에서는 무슨 냄새가 나는지, 어떤 느낌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칼런 교수가 빈곤과 인연을 맺은 건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1년 동안 남미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국제지역사회지원재단(FINCA)을 접하게 됐다. 이 재단에서 그는 빈곤국 창업자들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빈곤 퇴치에 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 때였다.


칼런 교수는 30개월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빈곤을 다시 생각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등이 그 생각이다.


그는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와 이스털리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의 생각 사이에 있다. '전 세계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주장과 '지난 반세기 동안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지만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스털리 교수의 주장 가운데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제 3의 길을 제시한다. 학술적인 논쟁을 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빈곤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칼런 교수는 '빈곤의 덫 걷어차기'에서 '소액 저축', '비료 선불 판매', '소규모 보충수업', '기생충 박멸' 등과 같은 빈곤 퇴치 아이디어까지를 내놓는다. 미국 빈곤퇴치혁신기구(IPA)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인 그와 '진짜' 빈곤 퇴치를 해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펴보길 권한다.


빈곤의 덫 걷어차기/ 딘 칼런ㆍ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청림출판/ 1만7000원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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