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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어폰이 눈막고 귀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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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일어난 셔틀버스 교통사고, 대책 마련 시급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 조유진 기자]1일 오전 11시 39분. 고려대학교 법대 구(舊)관 앞에서 사학과 4학년 장 모 씨(23)가 45인승 셔틀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당시 셔틀버스는 노란색 중앙선이 그어진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법대 후문에서 중앙도서관 방향으로 진입하던 중이었다.


버스는 서행 중이었지만 운전기사는 길을 건너는 장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장씨는 버스 오른쪽 모서리 부분에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기사가 그대로 달렸고, 장씨는 사고 직후 출동한 구급차에 의해 인근 안암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피해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셔틀버스를 보지 못했다'는 목격자 진술과 교내 폐쇄회로(CC)TV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스마트폰·이어폰이 눈막고 귀막아 지난 1일, 셔틀버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고려대 안암캠퍼스 법대 구관 앞에서 한 학생이 길을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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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 내 교통안전관리 소홀= 사고 현장은 오가는 학생들과 차량들로 늘 붐비는 곳이지만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분리대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통계학과 4학년 전 모씨(27)는 "이곳은 평소 중앙도서관과 다람쥐길 사이를 오가는 학생들이 자주 이동하는 통로"라며 "차도 많이 오가는데 횡단보도가 없어서 다들 그냥 지나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인 법대 후문 앞 도로에는 셔틀버스뿐만 아니라 캠퍼스를 통과하는 외부차량의 이동도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 정문에서 법대 후문을 통과하면 안암병원과 의과대학으로 가는 도로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통행하는 외부차량이 많다"며 "단속을 위해 몇 년 전부터 10분 이내의 통과차량에게도 500원씩 요금을 부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캠퍼스내 안전장치의 미비뿐만 아니라 운전기사 관리 및 안전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차량은 45인승 셔틀버스로 운전자가 모서리 등 사각지대에 놓인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워 운전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의 통행이 잦고 구조상 좁은 커브길, 언덕 등이 많아 잠깐의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도로교통법은 학내 규정 속도를 시속 20㎞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체계적인 안전교육 프로그램은 미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셔틀버스 관리 및 운영은 고려대가 아닌 승산고속관광이라는 용역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운영구조 아래선 운전기사 역시 고려대 소속이 아닌 용역 업체 파견 직원으로 분류돼 학교가 관리 및 운영의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고려대 총무팀 관계자는 "매 학기 초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일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하며 "셔틀버스 운행을 직원들로 대체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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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어폰이 눈막고 귀막아 고려대 학생들은 사고장소 인근에 조화를 두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캠퍼스내부 보행자 중심 안전망 확충해야= 이번 사고가 재연되는 것을 막으려면 학교안의 도로에도 차량 흐름이 많은 경우는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분리대나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과속방지턱을 늘려 운행속도를 줄이는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캠퍼스 내부까지 시내버스가 운행하는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올해 4월 신호등과 횡단보도, 택시 승강장 등을 설치하는 등 도로교통시설 개선에 노력해왔다.


셔틀버스 관리 및 운영을 학교에서 책임지고, 운전기사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총학생회도 대안마련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놨다.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학과 학우의 명복을 빈다"며 "학교 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 사건경위와 원인을 파악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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