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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품의 오만, 누가 멍석 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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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품의 오만, 누가 멍석 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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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국내 유통업체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마저 명품 업체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는 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 아닌가요.”


구찌그룹코리아가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한 유통업체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이다.

구찌는 13일 롯데면세점을 대상으로 최고장을 발송했다. 롯데면세점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입점을 미뤄 사업 기회 상실과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 것.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백화점업계 간 중소업체 납품 수수료 인하안에 대한 줄다리기의 연장선상으로, 명품업체 수수료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간 아주 민감한 때에 터질 게 터졌다는 입장이다. 구찌와 롯데 간 갈등의 핵심은 수수료 싸움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구찌는 인천공항뿐 아니라 시내의 롯데면세점 매장과 롯데백화점 매장 수수료까지 무리하게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구찌가 시장에서 매력도가 급감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해 롯데면세점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무리한 수수료율, 매장 인테리어 비용 등 구찌의 무리한 요구를 다 들어주자니 롯데면세점 측으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는 실정.


과연 이 싸움에서 소비자는 고려의 대상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명품공화국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명품 소비자들은 이들에게 '봉'일 뿐 이들의 존재이유가 되는 소중한 대상이 아니라는 씁쓸한 뒷맛만 남긴 셈이다.


소비자를 위해 명품업체와 유통업체가 티격태격하면 보는 재미도 쏠쏠할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할 말을 잊을 수밖에.


명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만의 '문화'가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다소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그 문화를 느끼기 위해 명품을 산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철저히 '명품=비싼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콧대 높은 명품업체나 수수료에 목매고 있는 유통업체를 탓하기 전에 명품문화에 대한 철저한 자성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3초백' 사면서 '봉'이 되느니 '동대문 패션'으로 나만의 개성을 찾는 게 나을 듯싶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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