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미 예견된일..단기로 끝날 것"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지선호 기자, 천우진 기자] 기관과 외국인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삼성전자가 개인 '단타' 세력의 각축장이 됐다. 스티브 잡스의 타계 소식이 불러온 현상이다.
잡스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수세가 가장 많이 유입된 창구는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은 단기매매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로 삼성전자의 매수상위 창구 5위 안에 들어가는 것은 평소에는 드문 일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제일모직도 키움증권을 통해 가장 많은 매수주문이 체결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멘텀 투자자들이 잡스의 사망에 따른 국내 경쟁사들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풀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효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호삼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은 “스티브 잡스 효과가 당장 IT주 비중을 늘릴만큼 크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휴대폰 관련 업종이 급등하는 상황은 지나치다”고도 말했다. 기 본부장은 “IT관련 종목이 급등하는 양상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앞으로의 잠재력을 보는 정도”라며 “IT 관련 종목의 비중을 지금 당장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잡스는 이미 애플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며 “애플은 잡스 퇴임 후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 한 사람에 좌지우지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후임 CEO 팀 쿡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잡스의 사망으로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기대일 뿐”이라며 “국내 IT기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계는 당장 6일 장 막판 시장에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장중 내내 3~4%대 강세를 보이던 삼성전자는 거래 종료를 목전에 두고 보합권까지 밀렸다. 장 초반 9.54%까지 상승폭을 키웠던 LG전자도 막판 매물에 상승폭을 6.33%로 줄이며 마감됐다. 13% 이상 상승하던 LG디스플레이는 7%대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물론 잡스의 영구 부재가 장기적으로 국내 IT업체들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종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분석했을 때 잡스의 사망이 아이폰의 판매저조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애플의 '창의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최근 출시한 아이폰 4GS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앞으로 전작에 비해 더 좋은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내 업체들에게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지선호 기자 likemore@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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