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B형간염'의 유명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간염이 있다. A와 C. 그나마 A형은 수년 전 큰 유행으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지만 C형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하지만 환자 수는 C형간염이 B형에 비해 3배 더 많다. B형간염은 전 국민 예방접종으로 감소세를 보이나, 통제 없는 C형간염은 간 건강의 대표적 위해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C형간염…전염력 낮지만 만성화 위험 커
C형간염은 매해 5000건 이상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2년 1927건이던 C형간염 발생건수는 2010년 5629건에 달했다. 올해 9월까지 바이러스성 간염은 A형이 513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C형으로 3080건, B형은 1316건이다.
한광협 연세의대 내과 교수는 "전 국민 예방접종 사업으로 B형간염이 감소한 대신 앞으로는 C형간염 발생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형간염 발생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되며 발견이 많아진 탓이 크다. 또 만성화 되는 질병의 특성상 고령으로 갈수록 환자가 누적되는 효과도 있다. A, B형과 달리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질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C형간염이 위험한 이유는 환자 대부분이 만성화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단 C형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에 침입하면 20~50%는 신체 면역작용에 의해 자연 회복되지만 50~80%는 만성간염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병이 서서히 진행되고 자가 증상이 없어 혈액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점도 위험성을 더한다. 만성 간염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원인이다.
◆수혈사고가 제1원인…문신도구 등 주의해야
C형간염의 대표적 감염경로는 수혈이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헌혈 혈액에 대한 검사가 강화돼 현재 가능성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악수나 포옹, 정상적 성행위, 재채기, 식기, 음식 등으로도 전염되지 않는다.
수혈보다 위험도는 낮지만 감염환자의 혈액이 전달될 수 있는 면도기나 피어싱 도구 등이 대표적 전염경로다. 혈액이 묻을 수 있는 면도기나 문신 도구, 침ㆍ피어싱 작업 도구는 반드시 소독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칫솔이나 손톱깎이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C형간염환자의 혈액 속 바이러스가 도구에 묻고 이것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통해 감염을 일으키는 식이다.
치료법은 있지만 아직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다. 서동진 원장(비에비스나무병원)은 "페그 인터페론을 쓰는 치료법이 나와 있는데, 유전자형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치료 후 40∼80%정도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고 정상 간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도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 언젠가 C형간염도 정복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것보다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와 B에만 관심 갖는 정부도 문제
많은 전문가들이 C형간염의 위험성을 강조함에도 보건당국의 관심이 A와 B형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 C형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다. 때문에 2009년 A형간염 유행 사례처럼 일정 기간 갑자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식의 '이슈'를 만들지 않는다. 보건당국과 국민의 관심을 덜 받는 이유다.
실제 A형간염은 1군 전염병에, B형간염은 2군에 포함시켜 국가가 관리하지만 C형간염은 발생 건수를 표본조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손숙미 의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홍보나 혈액취급기관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한 적이 없다. 손 의원은 "주사기나 침 등을 재사용하는 경우 전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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