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스마트선박, 디지털 용접 등
매출 1.5% R&D투자 동종업계 중 최고비중
울산 종합연구동 준공 석박사 연구진 310명 미래먹거리 선점 나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직접 만들어라. 일본에서 사오기만 하면 발전은 없다."
현대중공업을 일으킨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무엇이든 필요한 기술은 직접 개발하라고 독려했다. 기술의 자립이 없다면 세계 1위는 요원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내년이면 창립 39주년을 맞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체에서 종합 중공업 업체로 탈바꿈하기 까지는 이러한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가 뒷받침이 됐다. 민계식 회장 등 최고 경영진들이 직접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22조4000억원으로, 이중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ㆍ중공업 업체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조선과 플랜트, 건설, 신생에너지 등 7개의 사업군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만큼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1983년과 1984년 국내 최초의 민간연구소인 산업기술연구소와 선박해양연구소를 차례로 준공한 현대중공업은 이후 기계전기연구소와 테크노디자인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 등을 추가로 설립해 현재 총 5개의 국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헝가리와 중국에도 기술센터를 설립해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글로벌 기술네트워크를 형성해 연구개발(R&D)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울산 본사에서 '종합연구동'을 준공했다. 선박해양연구소와 산업기술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를 한 데 모은 종합연구동에는 이곳에서 310여 명의 석ㆍ박사 등 연구진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육ㆍ해상 설비, 엔진, 에너지ㆍ환경 등과 관련, 세계 중공업계를 선도할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하게 된다.
아울러 종합연구동 옆에는 용접과 재료, 자동화, 환경 및 에너지 분야 연구를 위한 '용접시험동'과 도장 및 방식 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도장시험동'도 함께 완공돼 연구성과를 높일 수 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선박을 개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최근 개발한 극지용 19만t급 쇄빙상선은 향후 회사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쇄빙상선이란 극지방을 전용 쇄빙선 없이 독자적으로 운항하며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쇄빙상선은 기존 쇄빙상선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수송 능력과 운항 속도를 자랑하며, 연료 효율도 5% 이상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19만t급은 기 개발된 극지용 선박중 가장 큰 선박으로 대형 선박을 원하는 선주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천연 가스, 원유, 철광석 등이 풍부한 북극의 자원 개발이 용이해 질 뿐 아니라,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유럽 간 항해 거리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극지용 쇄빙상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극지용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선) 및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 FPSO_의 핵심 용접 기술에 대한 국책 과제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쇄빙 LNG선 개발에 나서는 등 극지용 선박 및 해양 설비 시장 개척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초로 원격 제어·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스마트십은 선박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 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 시스템을 원격 진단 및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선박 건조시 직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용접 시스템의 디지털화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용접 시스템'을 개발한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5년까지 전체 용접을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같은 인력을 투입할 경우 연간 100만 시간(工數)이 절감 등 용접 생산성이 지금보다 20% 가량 향상돼 선박 건조의 자동화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최근 드릴십에 처음으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엔진인 힘센엔진을 탑재했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독자 개발에 성공한 엔진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게 될 9척을 포함, 총 15척의 드릴십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민 회장은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40여 년간 건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연구소간 협력을 키워 융합분야 연구를 활성화하고 각 사업본부에 대한 기술지원을 더욱 강화해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